지난 8일 오전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며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안전을 위해 양쪽의 고무 손잡이를 꼭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9일 오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사고 예방을 위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역사 곳곳에는 ‘에스컬레이터의 안전벨트는 손잡이’ 등 문구도 붙어있었다.
하지만 정작 손잡이를 잡는 이는 드물었다. 지하철 5호선에서 1호선으로 이동하는 29m 길이의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살펴본 결과, 40명 중 14명이 손잡이를 잡지 않고 왼편으로 걸어 올라갔다. 오른편에 서 있는 승객들도 7명만 손잡이를 잡았고 나머지는 팔꿈치만 걸치거나 휴대전화를 만지느라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던 40대 이아무개씨는 “손잡이는 많은 사람이 잡다 보니 ‘깨끗하지 않다’는 생각에 원래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30대 오아무개씨는 “잡기도 하고 안 잡기도 한다. 이번에 수내역 사고를 보고 ‘갑자기 에스컬레이터가 멈춰서 뒤로 넘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긴 했다”고 했다.
전날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해 이용객이 다친 사고가 발생하자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역주행이지만
대부분의 사고는 손잡이를 잘 잡는다면 예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78건 일어났고 이 중 56건이 ‘넘어짐’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넘어짐’ 사고는 에스컬레이터가 급정지했을 때, 기계 결함 등 문제로 역주행했을 때 이용자가 넘어지는 사고를 포함한다. 공단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70% 이상이 ‘넘어짐’ 사고인데 손잡이만 잘 잡고 있어도 대부분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강기 검사 및 관리에 관한 운용요령’의 ‘이용자 준수사항’을 살펴보면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등 내용이 포함돼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 손잡이를 잡지 않는 분위기가 생겨 서울교통공사 등은 ‘손잡이 소독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60대 주아무개씨는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이 (코로나19 여파로) 손잡이 잡기를 꺼리는 것 같다. 한 사람이 넘어지면 다 넘어지기 때문에 다 같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단은 오는 13일 철도경찰과 함께 수내역 사고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단이 파악한 최근 5년간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는 기계 결함 등 이유로 2차례 발생했다. 공단은 사고 예방을 위해선 부품 유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