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커뮤니케이션 애드’ 게시글형 광고 사례들. 네이버 카페 갈무리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730’을 쳐보세요.
“초4 학원 없이 수능영어 듣기평가 만점 후기”
12일 오전 회원수가 300만명에 이르는 입시 관련 네이버 카페에 이같은 제목을 단 게시글이 올라왔다. 후기가 궁금해 글을 눌러보니, 엉뚱하게 한 영어학원 누리집으로 연결됐다. “의대생이 시험기간 먹는 거라는데 000 아시는 분 계시는가요?”라는 제목의 글도 마찬가지다. 글을 누르면 구매 화면으로 바로 연결된다. 일반인이 올린 댓글로 혼동할 수 있지만 해당 게시글은 광고다. 해당 카페는 ‘모든 종류의 광고글을 금지’하고 있다.
카페 공지를 무력화시키고 게시글 목록에 자리를 차지한 게시글의 정체는 네이버가 4월27일부터 네이버 카페에 적용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애드’다. 인공지능(AI)이 카페별 주제에 맞춰 카페 회원들이 관심 있을 만한 광고를 게시글과 댓글 형태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자영업자 관련 카페 게시글에 “000이라고 수원갈비 찐 원조집 있는데 거기 지금 사면 무료배송이래요 품절되기 전에 ㄱㄱ!”라는 댓글이 달리고, 패션·뷰티 관련 카페에는 “14K 반지 샘플 세일하는 거 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는 식이다. 모두 인공지능에 의해 노출된 광고들인데, 광고 문구는 광고주들이 작성해 보낸 것들이다.
네이버 ‘커뮤니케이션 애드’ 댓글형 광고 사례. 네이버 카페 갈무리
카페 회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자세히 보면 회원 이름 옆에 ‘AD’라고 표시가 되어 있지만 제목이나 댓글이 기존 회원들이 썼을 법하게 달리기 때문에 광고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온라인에는 “진짜 일반인이 쓴 제목처럼 올라와서 (구분하기가) 난감하다”, “그냥 대놓고 광고인 게 낫지, 이건 사람을 낚시하려고 만든 느낌이다”, “게시물이랑 똑같은 크기로 숨어있으니 난감하다” 등의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네이버 카페 광고 댓글 차단법’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카페 운영자도 당혹스럽다. “카페에서 광고글을 못 쓰게 관리를 하는 입장에서 떡하니 댓글에 광고가 있으니 (카페) 회원들이 (운영진이 관리를 안 하는 것처럼) 오해를 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한 네이버 카페 회원이 ‘네이버 카페 광고 댓글 차단법’을 공유하며 함께 올린 광고형 댓글 사례. 네이버 카페 갈무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커뮤니케이션 애드의 관련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커뮤니케이션 애드) 광고주명이 카페 활동명과 크기, 색상이 같고 AD 표시도 작아 일반 게시글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대한 공정위의 입장과 개선방안 등을 질의했다.
공정위는 윤 의원 질의에 “각 사안별로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 현시점에서 법 위반 여부를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하다”면서도
“현행 표시광고법, 전자상거래법으로도 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며 다크패턴(눈속임 상술) 유형 가운데 ‘위장 광고’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 사용후기에 근거하지 않고 광고 문구를 실제 후기인 양 문구를 만들어 노출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거짓 광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한 자동차 관련 카페에는 “견적비교 골치 아팠는데 공짜로 견적 내주니까 편하던데요~신형 트랙스가 월 33만원대였어요” 같은 후기를 가장한 광고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는 해당 광고문구가 실제 이용후기가 아님을 일반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등 경우에 따라서는 ‘부당한 거짓 광고’ 요건 가운데 소비자 오인성 또는 공정거래저해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