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사건에서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아 범행 차량 특정에만 1시간이 걸렸던 경찰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차량번호판 분석시스템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열악한 사진·영상의 화질 개선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차종·연식·색상 등도 차적조회 시스템과 연동시켜 번호판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AI기반 차량번호판 분석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2016년부터 차량번호 분석시스템(NPDR)을 개발해 2021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가 9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시스템 고도화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입찰과 개발 단계를 거쳐 내년 초 현장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 3월 발생한 강남 납치살인 사건에서 신고 직후 현장 인근 불법 주정차 단속용 카메라에서 차량을 찾았지만, 밤이라 어두운 데다 저화질로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았다. 또 차량 번호 확인 뒤에도 신고자가 범행 차종을 오인하면서 차량조회 시스템에는 나오지 않는 차종 확인 작업이 추가로 필요해 차량 특정에만 1시간이 걸렸다.
이에 경찰은 열악한 사진이나 영상 캡처본에서도 사이즈를 키우고 화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차량번호 추출 정확도를 높이기로 했다.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해 분석하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차적조회 시스템에서 그동안 활용되지 못했던 차종, 연식, 색상, 차량등록지역 등 추가 차량 정보를 연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화물차나 새로 도입된 건설기계 번호판 등 그동안 차량번호 분석시스템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차량번호판도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기로 했다.
장광호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스마트치안지능센터장은 “강남 납치살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경찰이 수집하는 차량 번호판의 조건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주 열악한 차량 사진들을 모아 번호판 분석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려는 것”이라며 “그동안 빠르게 기술 발전도 이뤄진 만큼 인공지능을 활용해, 번호판 번호 추출 정확도 확률 자체를 높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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