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한 사립중학교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을 단체 채팅방에서 ‘빌런(악당)’으로 지칭해 교내에서 따돌림을 조장하고, 성희롱성 발언을 한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40대 교사 ㄱ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정서적 학대행위)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강동구의 한 중학교 영어 과목 교사 ㄱ씨는 지난해 7월께부터 올해 초까지 ㄴ(15)군 등 같은 반 학생 3명에게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는 자신의 제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ㄴ군 등 3명을 ‘빌런’이라 하거나 ‘트리플X(학생 3명을 지칭하는 표현)’로 부르면서 ㄴ군 등을 사실상 교내 문제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개념가출?ㅋ” “트리플X라 부르는 건 부모님께 말할거? 아~무섭ㅠ”, 또한 단체 카톡방에서 특정학생을 저격하자, 말리는 ㄴ군에게 “저격당할 행동을 안함 되지 않니”라는 등 모욕적 발언을 해왔다. ㄴ군이 없는 단체 카톡방을 따로 만들면서 나머지 두명에게도 부모님께 카카오톡 내용이나 통화 내용을 공유하면 배제시킨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 ㄱ씨는 단체카톡방에서 성희롱적 발언도 일삼았다. ㄱ씨는 “내년에는 (축제 때) 헐벗은 언냐들 오실지도(공연하러 오는 다른 학교 여학생들을 지칭)” “아 맞다 헐벗어도 언냐들 특정부위가 커야 좋아할거니”, “얼굴 작고 가슴 큰 언냐들이 이상형이래매?” 등이라 했다.
지난해 7월 ㄱ씨가 ㄴ군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통화 내용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본 ㄴ군의 부모가 이 사실을 처음 파악했다. ㄴ군 부모는 “처음에는 (아들이)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은 문제로 선생님이 훈계한다고 생각해서 깊이 사과했었다. 그런데 같은 사안으로 사흘 연속 아이와 3시간씩 통화하면서 ‘너같은 애는 처맞아야 해. 경찰서에도 가야 정신차려’ 등의 말을 듣고 지켜보다가 이후 아들이 지속적으로 교내에서 (선생님 중심으로)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해 충격받았다”고 했다.
이후 ㄴ군 부모는 ㄱ교사를 찾아가 상담 후 이 부분에 대해 사과를 받고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5월께 ㄴ군의 부모는 다른 두 학생의 부모님에게 “아이들이 여전히 ㄱ교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며 작년 ㄴ군에게 사과한 이후에도 집단 따돌림을 조장하며 괴롭힘이 계속됐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제야 단체 카톡방 내용을 확인하게 됐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은 경찰에 아동학대 혐의로 지난 5일 ㄱ씨를 고소했다. ㄱ씨는 학부모와의 면담에서 아이들을 이간질시키는 행동에 대해 지적하자 ‘자신만의 교육방법’이라고 대답하고, 현재 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쪽은 징계위원회 개최 여부 등 여러 사실관계를 묻는 말에 “경찰 수사 중이다. 대답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쪽은 “현재 경찰 수사가 개시된 상황이라 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 개최도 결정된다”고 했다. 다만 사립중학교라 교사 징계는 교육청 소관이 아닌 학교 법인에 달려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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