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문화방송>(MBC)과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감사원의 국민감사 효력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문화방송>과 방문진이 감사원의 국민감사 결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지난 15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감사 결정으로 인해 방문진과 <문화방송>이 참고 견딜 수 없는, 현저히 곤란한 손해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고, 감사 결정의 집행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기각 사유를 밝혔다.
현행 행정소송법은 행정 처분의 집행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기면 집행을 멈출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행정처분의 집행을 정지시키려면 집행 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는 점도 입증이 돼야 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감사 결정의 집행을 정지하면 감사를 통해 국가행정 또는 공공기관의 사무처리에 대한 적법성을 확보하고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감사제도의 운영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사의 상당 부분을 감사 대상기관이 제출하는 자료와 관련자들의 답변 등에 의존하는 감사절차의 특성상, (본안) 소송이 장기간 진행되는 동안 감사와 관련된 자료가 소실될 수 있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시간의 경과로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감사원은 ‘방문진의 <문화방송> 방만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의혹’에 관한 공정언론국민연대 등 단체의 국민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 3월부터 방문진에 대한 감사(사전조사)를 벌여왔다. 감사 사안은 ‘미국 리조트 개발 투자로 인한 손실’ 등 6가지다. 이에 대해 <문화방송>과 방문진은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에 국민감사 결정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지난 8일 심문에서 <문화방송>과 방문진은 이번 감사가 사실상 <문화방송>을 겨냥하고 있다며 언론사의 정치적 자율성·독립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법률대리를 맡은 조용환 변호사는 “방문진이 갖는 자유와 권리는 단순히 두 단체 차원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기본적 원리에 굉장히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 변호사는 “국민감사를 빌미로 개입한 감사원의 감사는 위법하고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 부패방지법은 국민감사 청구 요건을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위반 또는 부패 행위로 인해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로 규정하는데, 감사원이 방문진이 어떤 법을 어겼고 부패행위를 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쪽은 “국민감사 실시 결정은 방문진과 <문화방송>에 위법사항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위법성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감사를 통해 위법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감사 결정은 행정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집행정지를 비롯한 행정소송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방문진과 <문화방송>은 감사원의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감사원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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