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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긴급조치’로 옥고 치른 김거성 전 수석, 피해 배상 길 열려

등록 2023-06-19 11:56수정 2023-06-19 14:31

지난 2022년 8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발령의 불법성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2022년 8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발령의 불법성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옥고를 치른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목사)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김 전 수석이 처음 손해배상 소송을 낸 지 10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김거성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김 전 수석은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구국 선언서를 배포한 혐의(긴급조치 9호 위반)로 지난 1977년 10월 체포돼 1978년 9월 징역 단기 1년, 장기 1년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최종 선고받았다. 이후 복역 중이던 1978년 8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징역 1년 및 자격 정지 1년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됐다. 이듬해 8월, 집행 정지로 풀려난 뒤 재심을 청구해 2014년 5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김 전 수석은 2013년 긴급조치 9호로 입은 손해를 배상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 2600여만원을 이미 수령했다는 이유로 청구를 각하했다. 이후 2018년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아도 정신적 피해 배상은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서 국가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김 전 수석이 수사를 받고 구금된 상황에서 수사관과 교도관으로부터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하는 등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30년 이상 지났다는 소멸시효를 근거로 김 전 수석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를 피해자가 안 날로부터 3년’ 혹은 ‘불법 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소멸시효도 지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다”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구금돼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등으로 인해 김 목사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개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따로 입증되지 않더라도 ‘긴급조치 9호’ 자체가 위헌·무효이므로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근거로 들었다.

소멸시효와 관련해선 ‘보상금을 받아도 정신적 피해 배상을 추가 청구할 수 있다’는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 보고, 이때부터 소를 제기한 2019년까지 3년이 흐르지 않았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봤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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