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부 장관(오른쪽)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게의 수컷은 집게발 하나가 매우 큰데, 큰 집게발의 길이는 게딱지의 폭에 ‘상대 성장’을 한다. 농게의 ⓐ게딱지 폭을 이용해 ⓑ큰 집게발의 길이를 추정하기 위해, 다양한 크기의 농게의 게딱지 폭과 큰 집게발의 길이를 측정하여 다수의 순서쌍을 확보했다. 그리고 'L-그래프'와 같은 방식으로 (…) 분석을 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평가(수능) 국어영역 17번 문제 지문은 이른바 ‘수능 킬러 문항’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2019년 수능 국어영역에서 ‘밀도가 균질한 하나의 행성을 구성하는 동심의 구 껍질들이 같은 두께와 태양을 당기는 만유인력’ 관련 문제가 출제되는 등 수능 초고난도 문제들은 해마다 수험생들의 ‘멘붕’을 유발해왔다.
‘킬러 문항’은 대개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을 따지기 위해 출제기관이 의도적으로 시험에 포함하는 초고난도 문제를 일컫는다. 공무원 시험 등 당락을 가르는 다른 시험에도 흔히 출현한다. 수능으로만 보면, 교육계에서 “응시생 대다수가 틀리게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한 최고난도 문항”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변별력 확보를 이유로 난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정답률이 전체 수험생의 7%에 불과한 문제가 나오는가 하면,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내용이 출제되는 일이 흔했다. 이 때문에 2019년에는 킬러 문항에 뿔난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났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가 이번에 사교육 경감 방안의 하나로 이 문제를 거론했지만, 킬러 문항 자체가 사교육 영역에서만 생기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 뒤 교육부가 킬러 문항 배제 대책을 내놨지만, ‘물수능’ 방지를 위해 ‘준 킬러 문항’이 출제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까닭이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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