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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성애자로 바뀔 수 있어’…성소수자는 상담에서도 차별을 겪는다

등록 2023-06-20 06:00수정 2023-06-20 08:12

지난해 5월17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신고를 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무지개 깃발은 성소수자(LGBTQIA+)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17일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신고를 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무지개 깃발은 성소수자(LGBTQIA+)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상담사가 여자 친구가 있냐고 되묻더라고요. ‘없다’고 답했더니 상담사가 ‘그럼 너는 동성애자가 아니다’라며 웃어넘겼어요. ‘동경심과 사랑을 착각하는 단계’라면서요.” (성소수자 ㄱ씨)

“심리검사 결과를 어머니랑 같이 듣게 되었는데, 상담사가 ‘이 검사로 봤을 때는 동성애적 성향이 전혀 없는데요? 관심 받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큰 상처를 받았어요.” (성소수자 ㄴ씨)

일상에서 차별을 경험하는 성소수자들이 상담 과정에서도 성 정체성과 성적지향을 부정당하는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상담사 모임 ‘다다름’이 지난 18일 공개한 ‘2022 성소수자 대상 심리상담 경험 및 욕구 설문조사 보고서’를 보면, 상담사에게 커밍아웃했다고 대답한 응답자 10명 중 2명이 상담사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6월 심리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진행 중인 성소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최종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상담사로부터 부정적 반응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의 46%는 ‘상담사의 부정적 반응에서 가장 상처가 되었던 말과 태도’로 ‘상담사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섣부르게 판단하거나, 동정하려는 태도’를 꼽았다. 응답자들은 주관식 답변에서 이런 사례로 “아직 나이가 어린데 레즈비언임을 어떻게 확신하느냐”, “언제든 이성애자로 바뀔 수 있으니 (성적지향을) 확정 짓지 말라”, “(레즈비언에게) 나중엔 남자와 결혼할 것”이라는 말을 상담자들로부터 들었던 것을 제시했다.

응답자들은 또 ‘어떤 주제든지 성 정체성과 연관지은 것’(8%)을 비롯해, 상담사가 ‘(성소수자인 게) 죄가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선생님이 가진 종교상으로는 확답을 줄 수 없다고 한 것’이나 ‘커밍아웃을 했을 때 내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것’ 등(기타 33%)에도 상처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성소수자들은 상담소나 상담사를 찾을 때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퀴어 프렌들리(성소수자의 인권 문제 및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를 갖추고 있고 이를 존중하는 태도)한지 확인하기 힘들다’(42%)는 점을 꼽았다.

반면 상담사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 상담사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성적지향을 내담자의 정보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존중·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59%)을 가장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성소수자는 이와 관련 “내 정체성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정체성 자체를 심각하지 않게 다루는 태도가 좋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같은 설문 결과에 대해 “성소수자 내담자들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대하며 필요 이상으로 더 적극적으로 공감을 해주거나 혹은 아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어려운 존재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여겨지길 바란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성소수자 차별은 기본적인 상담 윤리를 위반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교육 수강, 자기성찰 등 상담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다다름’ 트위터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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