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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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올해로 개원 83년째를 맞는 부속병원 서울백병원과 관련해 “수많은 정상화 방안과 구조조정에도 흑자 전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며 폐원을 결정했다. 인제학원은 의료기관 폐업 뒤 다른 용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 서울시는 병원 외 다른 용도 전환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인제학원은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대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부속병원으로 운영하는 서울백병원의 폐원 안건을 의결했다. 인제학원은 이사회 뒤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티에프(TF)팀에서 상정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논의한 결과 폐원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법인 쪽은 지난해까지 20년간 누적 의료 수익 대비 비용으로 인한 적자가 1745억원에 이를 만큼 경영난이 심각해 폐원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법인은 2016년부터 7년 동안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티에프팀’을 통해 시설 리모델링, 기금 유치, 병상 축소, 외래중심병원으로 전환 등 노력을 했지만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 이와 관련한 외부경영 컨설팅에서 “요양 병원 및 노인주거 복지시설 등 의료 사업에서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했지만, 의료 관련 사업은 모두 추진이 불가하며 의료기관 폐업 후 타 용도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사회 쪽은 “폐원 뒤 병원 전체 구성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현재 병원 부지와 건물은 새 병원 건립을 포함해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의 폐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의 하나로 명동 번화가에 위치한 병원 부지의 상업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이 병원 건물이나 부지를 상업용도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서울백병원이 진료 기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당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지정되면 해당 용지는 병원 등 의료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다. 서울백병원이 중구에 있는 유일한 대학병원이자 감염병 전담병원인 만큼, 의료 위기가 발생할 때 신속 대응 체계로 전환하고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서울시가 도시계획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인구가 교외로 빠져나가 상주인구가 감소하면서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서울 도심 내 의료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도심 종합병원의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일괄 추진하는 방법도 검토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사립대 부속병원 용지인 서울백병원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거나 임의 매각할 수 없도록 정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교육부가 사립대(학교법인)의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도 서울백병원 폐원이 결정된 요인의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바꿔 사립대학이 활용하지 않는 토지나 건물 등의 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꿀 때 허가 기준을 완화했다. 서울백병원의 부지 가치는 2000억~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서울백병원 구성원들도 폐원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인 조영규 교수(가정의학)는 “폐원이 결정되면 행정처분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할 수 있을지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며 “다만 의료진들은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마지막 한명까지 환자 옆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손지민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