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교통신호를 위반해 오토바이와 충돌사고를 낸 구급차 운전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구급차라 하더라도 ‘긴급하고 부득이한 상황’이 아닌 경우엔 신호 준수 등 도로교통법상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급차 운전자 ㄱ씨에게 금고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고로 피해자가 입은 상태 정도가 무거운 점, 피해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은 (ㄱ씨에게) 불리하지만 피고인이 사고 내용은 인정하는 점, 벌금형으로 1회 처벌받은 것 외에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2월 오후 1시께 서울 동작구의 한 교차로에서 시속 20km 속도로 달리던 중, 1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다 반대편에서 직진하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들이받았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전치 12주의 대퇴골 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사고 당시 ㄱ씨는 다른 요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달라는 요양원의 요청을 받아 ㄴ요양원으로 이동하는 상황이었다.
ㄱ씨 쪽은 “사고 당시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긴급한 용도로 구급차를 운전해 사고 장소를 지나고 있었다”며 ‘긴급자동차는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 (신호를 위반해) 정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도로교통법 29조 2항을 근거로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ㄱ씨가 주장하는 조항이) 긴급자동차의 운전자에 대해 도로교통법상 의무 규정 적용을 모두 면제하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며 “당시 ㄱ씨가 운행했던 구급차는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같은 법 29조 3항에서 정한 ‘교통 안전주의 의무’를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ㄱ씨가 이송하러 가던 환자가 응급 상태가 아니었고, 이송을 요청한 사람도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의 보호자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신호를 위반할 ‘긴급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신호를 지켰을 경우 지체되는 시간이 최대 수분 정도에 불과해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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