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지난해 11월1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지난 26일 전원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발생한 참사”라는 막말을 쏟아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6개 인권단체가 모인 인권정책대응모임은 27일 논평을 내어 이 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논평에서 “국민의힘 추천으로 지난해 10월 임기를 시작한 이충상씨의 막말과 패악이 날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며 “이충상씨는 인권위원 자격은 고사하고 차관급 고위 공직을 수행할 자격도 없는 인물이다. 즉각 인권위 상임위원에서 사퇴하라”고 했다. 이 위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국민의힘 추천으로 인권위 상임위원에 선출된 인물이다.
이들은 지난 26일 이 위원이 전원위원회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막말을 쏟아낸 것을 두고 “사람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위원은) 이태원 참사 문제를 다루면서 굳이 5·18 민주화운동을 끌어와서 무엇이 더 ‘귀한’ 참사냐고 물었다. 그 자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은 물론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욕보이는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누구라도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그의 모습을 우리 사회가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했다.
앞서 이 위원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특별법)과 관련해 의견 표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막말을 쏟아내 다른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 위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예방·대비 미흡으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발생한 참사”, “이태원참사 특별법에는 5·18 특별법보다 훨씬 강력한 조항들이 있다. 이태원 참사가 국가권력이 시민을 고의 살상한 5·18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냐”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다른 인권위원은 “인권위원의 의견이 어떻게 이렇게 인권 침해적일 수 있냐. 5·18 희생자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생명을 놓고 비교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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