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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송인 정주리씨가 인스타그램에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벽간소음’ 사건에 대해 자신의 가족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밝히며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웃집에 사는 연예인 가족이 내는 소음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낮에는 그렇다 쳐도 자정까지 큰 애들은 소리 지르며 놀고 새벽에는 돌 지난 막내가 꼭 깨서 최소 30분 넘게 악을 쓰며 울어댄다”며 “지금도 40분째 악을 지르며 울고 있는데 정말 귀를 틀어막고 싶다”고 했다. 글쓴이는 안방이 맞닿아 있는 아파트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주리씨의 사과로 ‘벽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조명을 받고 있다. 벽간소음은 층간소음보다 관련 규제가 부족하고, 해결도 쉽지 않다. 벽간소음 발생 시 관리사무소, 분쟁조정제도 등에 기댈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벽간 건설 규정 등을 비롯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층간소음과 달리 벽간소음은 따로 통계가 집계되지 않지만, 최근 벽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26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2022년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리뷰를 분석한 결과 ‘벽간소음’ 키워드가 2018~2021년보다 3.76배 더 언급됐다고 밝혔다.
벽간소음이 강력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월, 20대 남성이 벽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이웃 주민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벽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고 진술했다.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의자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벽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리사무소 △국가소음정보시스템 △환경분쟁조정제도 △민사소송 등의 방법이 있다.
① 관리사무소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관리사무소를 통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층간소음’에 ‘벽간소음 등 인접한 세대 간의 소음’을 포함하도록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됐다. 이에 소음 피해를 본 입주자는 관리주체가 소음 제공자에게 소음 발생 중단을 권고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상호 합의가 있어야 하기에 소음 해결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② 국가소음정보시스템
효과가 없다면,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의 ‘중재상담서비스’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방법이다. 환경보전협회(서울), 한국환경공단(서울 제외 지역)에서는 층간소음 측정, 피해사례 조사·상담, 피해조정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기관은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층간소음의 범위를 △직접충격 소음(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발생하는 소음) △공기전달 소음(텔레비전, 음향기기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소음)으로 정한다.
문제는 벽간소음 중 하나인 말소리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관은 대화·싸움·고성방가 등 사람 육성의 경우 ‘인근소란죄’(경범죄 처벌법)에 해당하므로 관할 경찰서에 문의하라고 안내한다.
③ 환경분쟁조정제도
기관을 통해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면, 민사소송을 해야 할 수 있다. 소송에 앞서 환경부 환경분쟁조정제도에 기댈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환경분쟁을 소송절차 없이 행정기관을 통해 신속히 해결하도록 마련한 제도다. 환경분쟁을 민사소송으로 제기하는 경우, 피해자가 가해 행위와 피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위원회를 이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간단한 절차로 변호사의 도움 없이 조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중재위원회에서 중재가 이루어지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
https://ecc.me.go.kr/ 참고)
지난 2일 방송인 정주리씨가 아파트 소음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정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전문가들은 층간 소음에 비해 벽간 소음 규제가 미흡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지난 3월 <와이티엔>(YTN) 라디오 프로그램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인터뷰에서 “벽간소음은 (층간소음에 비해) 규제가 미약한 부분이 있다”며 “(벽간소음은) 완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층간 바닥의 경우 충격음이 49㏈(데시벨) 이하인 구조일 것이라는 규정이 있다. 반면, 각 세대 간의 경계벽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차 소장은 제도가 단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벽을) 어떤 형태로 두껍게 해야 할지, 어떤 재료들을 넣어야 할지에 대한 난제를 풀고, 사후 확인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