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노출된 청소년이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국내 마약 중독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 10대 청소년 비율이 지난 5년 동안 0.8%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처럼 부모 등 보호자 동행을 청소년들에게 권고할 경우 효과적인 재활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년 반(2018년~2023년 6월 말) 동안 국내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2곳(서울·부산)에 등록해 재활을 받는 인원 2128명 가운데 10대는 17명으로 0.8%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마약에 노출된 10대는 크게 늘었다. 대검찰청이 이날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10대 이하 마약사범이 481명으로 2018년(143명)과 견줘 5년 새 236.3% 급증했다. 전체 마약사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에서 2.6%로 늘었다.
청소년들의 재활 등록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배경엔 ‘홀로 상담’이 쉽지 않은 탓이 크다. 재활센터는 마약 중독 청소년이 혼자 상담을 받으러 오더라도 가족이 함께 재활에 동참할 때 효과가 좋다며 경찰이나 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부담 때문인지 지난해 말 심리상담과 중독상담을 받기 위해 중독재활센터에 문의를 한 전체 상담 건수는 1717건이었지만, 실제 등록한 인원은 815명으로 절반도 채 되지 않았고, 이 중 10대는 4명에 그쳤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센터는 효과적인 재활을 위해 이들이 자라온 환경 등을 듣는 등 더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와 방문하라고 얘기를 하지만, 실제 등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며 “부모 동의 없이 등록을 진행할 경우, 나중에 부모가 알게 되면 ‘우리 애가 왜 이런 곳을 가냐, 무슨 얘기를 했냐’며 센터가 공격을 받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일 대전에서 문을 여는 청소년 중심의 중독재활센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이 보호자 동반 없이도 등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예방재활팀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 등 보호자 동반이 어려운 청소년의 경우라도 중독 당사자들이 재활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경찰 등에 단속되지 않아도 재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예방 교육하고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재활센터가 자리 잡으려면 주변 병원, 민간 입소센터 등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활센터 특성상 중독의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재발 예방을 위해 의지를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막 마약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방문 비중이 높지 않을 수 있어서다. 식약처는 치료보호기관 24곳에서 치료를 받고 난 중독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센터에서 하는 방문재활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민간단체와 협업해 입소센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