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축구 선수가 한국 선수를 언급했다는 식으로 조작했거나 제목과 다른 내용의 쇼츠 영상을 유통하고 있는 한 유튜브 채널. 해당 채널 갈무리
“(이강인 선수를) 신뢰하고 있다. 재능을 가졌기에 여기(파리 생제르맹·PSG)로 올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 국적의 유명 축구선수 킬리안 음바페가 ‘이강인 선수의 영입이 마케팅을 위한 영입이라고 보는가’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는 유튜브 쇼츠 영상(1분 안팎의 짧은 영상)이 5일 기준으로 1170만 조회 수를 넘어섰다. 지난달 15일에 올라온 이 영상은 하루 평균 약 6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셈이다.
최근 이강인 선수는 현 소속팀 스페인리그 마요르카에서 음바페가 뛰고 있는 프랑스리그 PSG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해외축구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이에 우리나라 이강인 선수를 차세대 축구 황제로 꼽히는 음바페가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음바페는 우리 가족이다” 등의 뿌듯해하는 반응이 영상의 댓글로도 이어졌다. 특히 일본 기자가 한국 선수를 무시하는듯한 질문을 했다는 것에 비판하는 여론도 들끓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조작된 가짜 영상이다. 지난 2021년 열린 ‘유로 2020’에서 진행된 음바페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한 뒤 ‘일본 기자’라고 한 음성을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 따로 입힌 것이다.
실제 당시 음바페 인터뷰에선 유로 경기 이후 본인의 거취를 묻는 질의와 대답이 오갔다. 이강인 선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그런 질의와 답이 오갈 상황도 아니었다.
사실과 다른 영상은 진실로 둔갑해 수많은 사람에게 퍼졌다. 해당 채널에는 이 영상 외에도 가짜 음성을 삽입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적게는 30만회 등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분석 사이트인 ‘녹스 인플루언서’는 이 채널의 조회 수에 따라 받는 광고 수익을 한달에 약 5300만원으로 추정했다.
이 채널이 아니더라도 리오넬 메시나 엘링 홀란드 등 유명 축구선수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 김민재나 이강인 선수를 언급하는 것처럼 조작한 영상을 버젓이 유통하는 채널이 쉽게 검색된다. 이들 영상의 공통점이라면 일본이나 중국 기자들이 무례한 질문을 한 것처럼 조작해 사실상 혐오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보면, 혼동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기술적으로 조작됐거나 변조된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허용하고 있지 않다. 90일 이내 경고를 3번 받으면 채널이 영구삭제될 수 있다.
문제의 채널들은 현재까지 5~7개월 동안 유지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면 수익 창출을 할 수 없는 채널이 되기도 하지만, 기존 수익을 회수하는 조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관계자는 “해당 채널에 대해선 신고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