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지하철 6호선에서 한 남성 승객이 다른 승객의 토사물을 치우는 모습. 인스타그램(@chae.mook) 갈무리
서울 지하철 6호선에서 다른 사람이 남긴 토사물을 묵묵히 치운 청년의 모습이 온라인에서 ‘아름다운 뒷모습’으로 공유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지하철 좌석의 토사물을 닦는 한 청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지난 7일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서울 지하철 6호선 연신내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탄 ㄱ씨는 “한 청년이 자기가 토한 것도 아닌데 열심히 (좌석을) 닦는 모습이 감동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ㄱ씨는 건너편 좌석에 오물에 있는 것을 보고 잠깐 졸다가 깼는데 청년이 휴지로 좌석을 닦는 것을 보고 “손 닦으라고 물티슈를 줬다”며 “그 청년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 청년은 다른 분이 (오물이 묻었던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아 합정역에서 내렸다”며 “그 청년의 모습에 정말 가슴 따뜻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ㄱ씨가 올린 영상에는 이날 오전 8만6000여개의 ‘좋아요’와 함께 “뒷모습도 잘생기셨다” “이 청년은 잘될 것이다” “보고 배운다” “부모님이 누구냐” 등의 칭찬·응원 댓글이 달렸다.
지하철 토사물을 치우는 직원. 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4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0∼2022년 3년간 지하철에 접수된 토사물 관련 민원은 총 1만3928건으로 하루 평균 13건으로 나타났다. 2020년 4200건, 2021년 4669건, 2022년 5059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토사물 민원은 요일별로는 목요일~토요일, 시간대별로는 밤 9시 이후에 많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는 “밤 9시 이후 접수 건수가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주로 음주가 이뤄지는 회식·모임 후 귀갓길에 다수 발생한 것으로 그 이유를 추정한다”고 밝혔다.
공사는 토사물은 처리 시의 어려움과 안전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에 승객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한다. 공사 직원들은 토사물을 대체로 휴지를 이용해 닦아낸 후, 손걸레나 대걸레로 사용해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공사는 “토사물의 악취와 미관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업무 피로를 호소한다”고 했다. 또 공사는 “역사 내에서 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뛰어가던 승객이 토사물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밟아 미끄러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안전사고도 매년 발생한다”고 전했다.
토사물이나 주취자 등을 발견했을 경우 공사는 ①고객센터(1577-1234)에 문자 또는 통화 ②공사 공식 앱 ‘또타지하철’(앱 실행 후 민원신고-환경민원) ③역 직원에게 직접 알리기 등의 방법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