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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 가족 인생이 무기징역” 스쿨존 참사 아버지의 호소

등록 2023-07-19 11:52수정 2023-07-19 16:07

황예서양 아버지, 재판 증인으로 출석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이 5월9일 오후 영도구청 앞에서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이 5월9일 오후 영도구청 앞에서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가 대신 평생 교도소에 가서 죽을 때까지 징역을 살겠습니다. 제 목숨보다 소중한 우리 예서를 살려주세요.”

지난 4월28일 아침 부산 영도구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위 비탈길에서 작업 중이던 지게차에서 지름 1m, 무게 1.5t짜리 대형 어망실(물고기잡이용 그물에 들어가는 실뭉치) 덩어리가 이탈한 뒤 아래로 굴러내려가 등교 중이던 초등학생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10살 황예서양이 숨지고 다른 초등학생 2명과 30대 여성이 다쳤다.

지난 17일 부산지법 형사17단독 이용관 부장판사는 예서양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기소된 어망 제조업체 대표 ㄱ씨와 직원 3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예서양의 아버지 황아무개씨는 재판이 끝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무슨 말을 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들 바쁘신 가운데 폐가 될까 울음을 참으며 애를 썼다”고 소감을 밝혔다. 19일 해당 글을 보면, 황씨는 증인 출석을 위해 미리 준비한 글을 공유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재차 요구했다.

4월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 초등학교 등굣길에 1.5톤짜리 원통형 화물이 굴러와 10살 황예서양이 숨지고 다른 초등학생 2명과 30대 여성 등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등굣길로 굴러온 화물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4월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한 초등학교 등굣길에 1.5톤짜리 원통형 화물이 굴러와 10살 황예서양이 숨지고 다른 초등학생 2명과 30대 여성 등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등굣길로 굴러온 화물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황씨는 사고 이후 가족이 겪고 있는 아픔을 털어놨다. 황씨는 “밤마다 집사람과 저는 우리 인생은 이제 망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가족의 인생은 사형을 받았고, 무기징역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죽을 때까지 예서를 잃은 슬픔에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갈 것”이라고 적었다. 황씨는 “우리 아이를 살려달라”며 “제가 대신 징역(을) 평생 살겠다”며 괴로운 심경을 전했다.

황씨는 사고 전후 업체 관계자들의 행동을 강하게 질타했다. 황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 왜 컨테이너 차량을 주차했는지, 내리막길이 있는 곳에서 왜 원통 화물을 운반했는지, 하필 왜 어린아이들 등교시간에 (작업을) 했는지, (ㄱ씨는) 면허도 없으면서 왜 지게차를 몰고 도로로 나왔는지, 굴러가는 화물을 쫓아 뛰지 않고 걸었는지, 사람들을 향해 피하라고 소리치지 않았는지, 아이를 죽여놓고 1분도 되지 않아 사고 현장을 벗어나 돌아오는지, 왜 뒷짐을 지고 유유히 돌아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황씨는 자신과 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가해자들이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황씨는 “며칠 전 제 생일이었지만, 예서에게 미안해서 촛불을 켜지 못했다”며 “이런 아픔을 예서를 죽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나누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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