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를 고발하면서 환자의 진료기록 사본을 수사기관에 제출해 고소당한 의사들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ㄱ씨 등 6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다만, 앞서 검찰은 ㄱ씨 등이 진료기록 사본을 제출하며 고발한 지도교수 ㄴ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ㄴ씨가 집도하지 않은 수술의 진료기록에 집도의로 적혀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산상 집도의 부분이 자동 생성되거나 관행적으로 작성되기도 해 ㄴ씨의 관여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ㄱ씨 등은 환자의 개인정보가 적힌 11건의 수술 관련 진료기록 사본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가 ㄴ씨로부터 이 사실을 듣게 된 환자 1명으로부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1심은 예비적 공소사실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수사기관에만 제출됐고 제3자에게 유출되지는 않은 점 등을 참작해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주된 공소사실인 의료법 위반 혐의는 법정 고소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공소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진료기록을 변호사에게 건네주어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하게 한 행위는 개인정보 유출 행위가 맞지만, 정당행위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공익적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한 것이고, 진료기록 사본은 의료법 위반행위를 입증할 가장 적절한 수단”이라며 “피고인의 행위로 침해되는 법익보다 대리수술 등 병원 내 잘못된 관행을 방지함으로 인해 보호되는 사람들의 생명 및 신체에 관한 법익 등이 우월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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