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안내직원 ㄱ씨 등은 2011년부터 10년간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 일했다. 로비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던 이들에겐 안내와 출입통제업무 말고도 민원, 택배 수거, 정수기 점검 등의 일도 주어졌다. 하루에 한 시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에 부가적인 업무를 해온 ㄱ씨와 ㄴ씨는 임금을 추가로 받지 못했다며 2020년 2월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0년 8월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자 대기발령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체에 인사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ㄱ씨 등은 같은해 8월 말 사직서를 내고,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ㄷ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류일건 판사는 지난 21일 전직 아파트 안내원 ㄱ씨 등이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ㄷ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입주자 대표 ㄷ씨가 이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입주민 대표 ㄷ씨와 관리업체가 함께 ㄱ씨와 ㄴ씨에게 지급해야 할 정신적 손해배상금 위자료는 각각 400만원씩이었다.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ㄷ씨는) 관리업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서 (아파트 안내원의 대기발령 등을) 적극적으로 조장하며 관여했다”며 “(그 결과) ㄷ씨와 관리업체가 불이익한 처우로 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격권을 침해했고 이로 인해 ㄱ씨 등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법원은 안내원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은 원청 관리업체만 사용자로 봤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특수관계인으로 해석돼 실질적 권한을 지녔음에도 입주자 대표가 법적 책임에서 다소 자유로운 편이었다.
재판부는 ㄱ씨 등이 청구한 미지급 임금도 인정했다. ㄱ씨 등이 평일에 일하는 가운데 휴게시간에 하게 된 부가적인 업무 역시 실제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관리업체에게 이들이 받지 못한 임금인 1481여만원, 1502여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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