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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내성적인 회사원’을 운영하는 30대 직장인 ㄱ씨는 지난해 2월 초 회사에서 근무 중 스트레스로 정신을 잃고 실신했다. ㄱ씨는 자신을 때리거나 욕하며 끈질기게 괴롭히는 직장 상사를 견디다못해 신고하려 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조차 알기 어려웠다. 어렵게 정보를 얻어 민사소송을 준비하게 된 ㄱ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유튜브를 시작했다.
가해자와의 1년간의 긴 손해배상 청구 소송 끝에 ㄱ씨는 지난 5월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위자료와 치료비 570만원을 배상받을 수 있었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서 직장 내 괴롭힘 대응방법,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방법, 민사소송, 후유증 회복 방법 등 자신이 겪은 상황과 필요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영상에는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막막했는데 영상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저도 잘 해결될 것 같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직접 돕기 위해 카카오톡 1:1 오픈 채팅방으로 무료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소통을 통해 위로를 받고 싶지 않았나 해요. 이건 같은 경험을 해 본 사람만이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는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어요.” ㄱ씨는 말했다.
ㄱ씨처럼 직장이나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공유하는 영상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주로 즐겁고 행복한 경험 위주로 공유하는 에스엔에스(SNS)의 특성과는 다르게, 이들은 힘들었던 경험을 공유하며 대처 방안에 대한 조언과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유튜브 곰모닝 채널을 운영하는 30대 직장인 ㄴ씨도 직장에서 7년째 따돌림을 당한 경험을 영상에 공개했다. ㄴ씨는 “만약 혹시라도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분이 계신다면, 그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말라고, 당신의 에너지를 그런 곳에 쏟지 말라고, 더 이상 상처받지 말라고, 미리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학생들도 자신이 학교에서 겪었던 학교폭력과 따돌림 경험을 공유한다. 구독자가 1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고등학생 ㄴ군은 ‘친구 1도 없는 찐 아싸의 브이로그’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학교를 가는 순간부터 하교하는 과정을 전부 담았다. 그는 “아싸도 학교 브이로그 찍을 수 있다”고 말하며 혼자 공부하고 ‘혼밥’하는 일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위로를 얻은 것은 구독자도 마찬가지다. 영상에는 “제가 친구하고 싶다”, “혼자서도 유쾌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서 멋지다”는 등 칭찬하고 응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채널 구독자인 대학생 김아무개(24)씨는 “고등학생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엔 그런 영상이 지금처럼 많이 없었다”며 “학생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면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평생 남을 수 있는 트라우마를 공개하고 서로 얘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상처로부터 탈출해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정의롭지 못한 사건들의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김우리사랑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