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다른 차량의 통행에 장애를 주더라도, 그 차량이 ‘틈새 주행’(차로 간 주행)을 하는 오토바이라면 무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봉준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버스 기사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버스는 2022년 6월 서울 강남구 편도 3차로 도로에서 3차로에서 2차로로, 2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두 차례 변경했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3차로 앞에 스포츠실용차(SUV·에스유브이)가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주차된 차량을 피해 2차선으로 간 뒤 다시 3차로로 진입하려던 순간, 3차로에서 뒤따르던 오토바이와 맞닥뜨렸다. 당시 오토바이가 에스유브이를 앞지르기 위해 버스의 오른편(에스유브이 왼편)의 틈새를 파고들었던 탓이다. 검찰은 버스가 갑자기 차로를 변경해 오토바이의 통행에 장애를 주는 등 위험을 일으킨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벌금 2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버스 기사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도로교통법상 진로 변경 시 주의의무는 정상적인 통행을 하는 다른 차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것일 뿐”이며 “이를 벗어나 그 통행을 인식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모든 경우까지 대비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는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그 기준에서 “차로의 가장자리 내지 틈새를 이용해 그 사이로 나란히 주행하거나 앞지르는 이륜차(오토바이)의 ‘차로 간 주행’은 도로교통법이 예정하는 정상적인 통행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