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장태희(29)씨가 지난 15일 경북대학교병원에서 4명에게 심장, 간장, 신장(양쪽)을 기증하고 숨졌다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31일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데, 나도 좋은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평소 말하곤 했던 20대 여성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던 장태희(29)씨가 지난 15일 경북대학교병원에서 4명에게 심장, 간장, 신장(양쪽)을 기증하고 숨졌다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31일 밝혔다.
장씨는 지난 5월20일, 차를 타고 카페에 가다가 교통사고를 겪고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은 장씨가 평소 티브이(TV)에서 장기 기증 관련 뉴스를 보며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건데 나도 좋은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을 떠올렸다. 장씨의 가족은 기증 결심을 하기까지 힘들었지만, 장씨의 말을 유언처럼 이뤄주고 싶었다고 한다.
장씨의 가족은 “아픔 속에서 간절히 이식을 기다리는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좋을 일”이라며 “시간이 지난 후 딸의 몸 일부라도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경북 칠곡에서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장씨는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자상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디자인을 전공한 장씨는 그림 그리기와 프랑스 자수를 좋아했고 자신만의 가게를 준비 중이었다.
장씨의 어머니 한정예씨는 “다음 생애에는 더 밝고 씩씩하게 긴 생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좋겠다”라며 “잊지 않고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살게.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자. 우리 딸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