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연구부정행위 한국연구재단 감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 노조 등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연구재단 상임감사에 교육 및 연구분야 전문성이 없는 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가 임명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꼽혔던 인물이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국가 알앤디(R&D) 예산을 관리·운영하는 대표 기관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R&D 예산 전면 재검토를 강조하고 있다.
9일 한국연구재단 누리집을 보면 재단은 8월부터 상임감사로 강성식 전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을 임명했다. 수원지검에서 오래 근무해 검찰 내부에선 ‘수원통’으로 알려져 있는 강 감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임기 말(2019년 1∼7월)에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으로 일해 측근으로 꼽힌다. 검찰청 사무국장 자리는 검찰수사관 출신 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으로, 검찰청의 자금을 관리하는 곳간지기 역할을 한다. 부장급 검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강 감사가 윤석열 중앙지검장의 특활비를 다 관리했다고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갈등을 일으켰던 2020년 11월 수원지검 사무국장이었던 강 감사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추 전 장관의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가 위법하다는 내용의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 사무국장 출신들의 요직행은 계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때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맡았던 복두규씨는 대통령 비서실 인사기획관으로 임명됐고, 지난 6월엔 강진구 전 중앙지검 사무국장이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국가 기초연구지원체계의 효율화와 선진화를 목적으로 정부가 2009년 6월 한국과학재단과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하나로 통합해 출범시킨 연구관리 전문 기관이다. 2023년 3월 기준 연간예산이 9조7376억원에 이르는데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술재단이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을 운영하는 한국연구재단은 부실·표절 의혹이 일었던 김건희 여사의 논문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2007년)를 KCI에 등재하고, 지난해 말까지 등재 논문 자격을 유지시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정부의 입김에 맞는 연구에 예산이 집중돼 학문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공기관·공기업에 대통령 인사 알박기가 자행되면 해당 기관의 운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불신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연구재단은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 대해 “강성식 감사는 검찰청 정년퇴임 후 감사직 공개모집에 지원한 뒤 서류·면접 평가를 거쳐 추천됐다”며 “국무총리실 공직복무담당관실 팀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수사 및 행정과 감찰, 감사업무를 두루 섭렵해 경영감시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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