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독립운동가 휴식처 ‘남산여관’ 아시나요?

등록 2023-08-15 19:09수정 2023-08-16 08:30

일제강점기 근우회 활동 정순희
1929년부터 1933년까지 운영해
독립운동가 수백명 활동거점
최근 독립기념관 발굴 운동가에
남편과 딸도 독립운동으로 옥고
1929년 7월28일 조선일보에 실린 근우회 전국대회 사진. 독립기념관 제공
1929년 7월28일 조선일보에 실린 근우회 전국대회 사진. 독립기념관 제공

일제강점기인 1929년 정순희는 서울 인사동에 남산여관을 열었다. 여관 전에는 종로 적선동에서 하숙집을 운영했다. 정순희의 고향은 함경북도 경성군이었는데, 언제 왜 서울로 와 하숙을 시작했는지 알 만한 자료는 없다.

1925년 10월 형사들이 정순희의 하숙집에서 총기를 소지한 이종칠이란 청년을 체포했는데, 이종칠은 3·1운동에 참여한 전력이 있었다. 남산여관에서는 1929년 11월 의열단원인 서응호·윤충식·김철호 등이 체포됐다. 그들은 당시 경성에서 개최된 조선박람회를 계기로 거사를 계획 중이었고, 그 거사의 거점 장소가 남산여관이었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들이 몸을 추스르기 위해 남산여관에 머물기도 했다.

남산여관은 신간회와 근우회의 활동 장소이기도 했다. 신간회는 1927년 민족주의·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이 함께 만든 단체다. 근우회는 같은 해 5월 결성한 일제강점기 최대 여성단체다. 남산여관은 1929년 7월과 이듬해 12월 근우회 전국대회와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리자 지역에서 올라온 대표들에게 숙박을 제공했다. 1931년 5월 신간회 전국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순희는 숙소 제공뿐 아니라 근우회에 소속돼 경성지회 선전조직부장 등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했다.

정순희의 딸 이순옥. 독립기념관 제공
정순희의 딸 이순옥. 독립기념관 제공

정순희의 하숙집과 남산여관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거점이자, 휴식처였다. 1929년∼1933년 그가 운영한 남산여관을 이용한 독립운동가는 최소 수백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순희는 조선공산당 재건협의회 사건으로 수배 중인 윤병권을 남산여관에 숨겨주다 발각돼 1933년 1월부터 6개월 간 서대문형무소에 복역했다. 이후 남산여관은 독립운동 거점으로서 역할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정순희 가족 역시 독립운동가였다. 남편 이정수는 1926년 2차 조선공산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다. 딸 이순옥은 이화여전 재학 중 광주학생운동으로 구속된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준비하다 재판에 넘겨져 징역 7개월 형을 받았다.

독립기념관은 최근 ‘기념관이 발굴한 독립운동가’로 정순희를 누리집에 소개했다. 독립기념관은 2019년 정순희와 남편 이정수, 딸 이순옥 등 3명을 독립운동 유공자로 포상 추천했고, 2021년 포상이 이뤄졌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남편이 37살에 죽고, 딸이 체포된 상황에서도 정순희는 독립운동에 더욱 활발하게 참여했다”며 “시련에 굴복해 약해지기보다 한 사람으로서, 독립운동가로서 더욱 강인해지는 길을 선택한 정순희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퇴진 기자회견’ 하루 전 돌연 대관 취소한 언론진흥재단 1.

‘윤석열 퇴진 기자회견’ 하루 전 돌연 대관 취소한 언론진흥재단

[단독] ‘여성 기자 성희롱 문자’ 조선일보 논설위원 해임 2.

[단독] ‘여성 기자 성희롱 문자’ 조선일보 논설위원 해임

무면허 음주사고 자수 뒤 사고차 몰고 귀가하려던 30대 구속 3.

무면허 음주사고 자수 뒤 사고차 몰고 귀가하려던 30대 구속

[뉴스AS] 도이치 2심 재판부가 파고든 ‘관계’, 김건희에게 적용한다면? [영상] 4.

[뉴스AS] 도이치 2심 재판부가 파고든 ‘관계’, 김건희에게 적용한다면? [영상]

지긋지긋한 폭염 씻어갈 큰 비 온다...20~21일 최대 250㎜ 5.

지긋지긋한 폭염 씻어갈 큰 비 온다...20~21일 최대 250㎜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