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해를 품은 달’ 한장면. MBC드라마 유튜브 채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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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군이 인근 군 부대에 지역축제에서 내시, 어우동 의상을 입고 주민들과 사진을 찍어달라는 대민지원 요청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군 제보 플랫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을 보면, 인제군의 한 육군부대 간부 ㄱ씨가 새달 2일 인제군 상남면 일대에서 열리는 제14회 ‘마의태자 문화제’와 관련해 인제군에서 대민지원 요청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ㄱ씨는 “간부 50명을 지원해달라고 해서 현재 부대에서 인원을 편성 중”이라고 밝혔다.
대민지원 요청 업무는 크게 행렬 앞뒤 안전관리, 개회식 무대 주변 정렬, 움직이는 포토존 등 3가지다. 문제는 50명 가운데 안전요원 4명 깃발·큰북 6명을 제외한 40명은 행사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움직이는 포토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제군은 장군, 군사, 왕, 무사는 물론 중전, 내시, 상궁, 어우동, 하녀 등의 역할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인제군 대민지원 요청사항. 페이스북 갈무리
ㄱ씨는 “안전통제, 교통통제 등은 이해할 수 있으나…(군인들에게 맡겨진 일은) 분장 후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야 하는 삐에로 역할”이라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내시, 하녀, 어우동 역할을 맡는 것이 과연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함에 있어서 필요한 대민지원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관할 지자체 예산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 (군인) 개인의 초상권과 인권이 무시되는 처사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ㄱ씨는 “(이것이) 사회에서 바라보는 군인들의 현실이지 않을까 싶다”며 “삐에로 역할을 맡게 될 간부들의 인권을 부디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논란이 일자 인제군 관계자는 육대전에 “군부대와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요청한 일이었다”며 “불편함을 느낀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 프로그램 수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