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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 회유 상고 포기’ 실미도 사형 부대원, 51년 만에 대법 재판 길 열려

등록 2023-09-10 11:12수정 2023-09-10 19:58

1971년 8월 인천 앞바다 실미도에서 특수훈련을 받던 군인들이 집단탈출해 버스를 뺏어타고 옛 경인가도를 따라 서울진입을 시도하다 자폭한 ‘실미도 탈출 사건’이 발생했다. 긴급출동한 군·경이 저지선이었던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멈춘 버스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1971년 8월 인천 앞바다 실미도에서 특수훈련을 받던 군인들이 집단탈출해 버스를 뺏어타고 옛 경인가도를 따라 서울진입을 시도하다 자폭한 ‘실미도 탈출 사건’이 발생했다. 긴급출동한 군·경이 저지선이었던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멈춘 버스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군의 회유로 상고하지 못한 채 사형을 당한 실미도 공작원이 51년 만에 대법원 판단을 받을 길이 열렸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김재호)는 사망한 실미도 부대원 고 임성빈(당시 25세)씨의 여동생 충빈씨가 대리 청구한 상소권 회복 신청을 지난 5일 받아들였다고 10일 밝혔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배우자 등이 상소권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공군 관계자들이 임씨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못하도록 회유한 것이 인정된다”며 밝혔다.

임씨는 북파 특수임무부대인 실미도 부대원이었다. 1971년 8월23일 실미도 부대원 24명은 3년이 넘는 훈련 기간 중 당한 가혹 행위와 굶주림 등 비인간적 처사를 호소하기 위해 훈련 교관들을 살해하고 서울로 향했다. 이날 부대원 20명은 서울 진입 과정에서 교전 등으로 사망했고 임씨 등 살아남은 4명은 군 비밀재판을 거쳐 1972년 3월 총살당했다. 이들의 항소는 고등군법회의에서 2주 만에 기각됐고, 이후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었으나 이를 포기하면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지난해 11월 진실화해위는 당시 군 당국이 생존한 공작원들을 회유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게 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폐쇄적인 군사법원과 달리 대법원에 사건이 넘어가면 실미도 부대의 실체가 외부로 드러날 것을 우려한 군 당국이 임씨 등에게 ‘상고를 포기하면 사형 기록이 남지 않게 해주고 이후 생계도 책임지겠다’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상소권 회복 청구 등 피해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충빈씨는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법원에 오빠 임씨의 상소권을 회복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군 검찰이 항고하지 않으면 이 결정은 확정돼 고인이 된 임씨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법원은 임씨와 함께 사형된 고 김창구(당시 34세)씨 조카의 상소권 회복 신청에 대해선 기각했다. 조카는 법적으로 상소권 회복 청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실미도 사건 유가족 임충빈씨가 지난 2021년 8월18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실미도 사건 유가족 임충빈씨가 지난 2021년 8월18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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