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수능 대비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올해 11월16일 치러질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엔(n)수생’으로 불리는 졸업생과 검정고시생 응시자가 28년만에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수학 영역 선택 과목에서 ‘미적분’ 선택 비중이 처음으로 ‘확률과 통계’를 앞지르는 등 높은 표준점수를 받기 위한 특정 선택과목 쏠림 현상도 뚜렷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올해 수능 응시원서 접수 마감 결과, 2024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50만4588명으로 재학생 32만6646명, 졸업생 15만9742명, 검정고시생 1만8200명이라고 11일 밝혔다. 전체 지원자 가운데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의 비중은 35.3%다. 이는 수능 초기였던 1995학년도(38.9%) 1996학년도(37.3%)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다. 정부가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교과서 밖 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을 정하자, 상대적으로 수능 전형에 강세를 보여온 졸업생 응시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선택 과목에서는 높은 표준점수를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의 쏠림이 두드러졌다. 특히 수학 영역에서는 미적분 선택자가 23만5100명(49.2%)으로 확률과통계(22만3550명) 선택자를 처음 앞질렀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치러진 2022학년도 부터 미적분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이 불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영향이다. 국어와 수학 영역의 경우 선택한 과목의 난도, 같은 선택 과목을 택한 학생 전반의 성적에 따라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에 차이가 난다.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로 나뉜 국어 영역 선택과목의 경우 그동안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았던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이 전년보다 4.8%포인트 늘어난 38.9%(19만4903명)였다.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적은 화법과 작문(61.1%)을 선택한 학생이 여전히 많지만, 더 많은 학생이 선택과목 유불리를 따져 언어와 매체를 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문이과 통합수능의 본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이과 통합수능은 원래 학생 본인의 선호 과목에 응시하라는 것이지만, 수험생들은 더 높은 표준점수를 얻기에 유리한 과목에 쏠리고 있다”며 “(통상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던) 문과생들 상당수도 ‘확률과 통계에서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 차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인식하고 미적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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