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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범죄 전담 재판장’ 이균용, 10건 중 4건은 감형·무죄 뒤집기

등록 2023-09-17 16:00수정 2023-09-17 20:19

전담부 재직 시절 성범죄 판결 85건 전수분석
85건 중 35건 감형·무죄…형 가중은 5건 불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8월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판사 재직 시절 다수의 성범죄 사건과 가정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의 형량을 깎아준 사실이 드러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가 서울고등법원 성범죄 전담재판부 재판장이던 시절 성범죄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 10건 가운데 4건을 감형하거나 유죄를 무죄로 뒤집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한겨레가 이 후보자가 성범죄 전담부(서울고법 형사8부) 재판장으로 있던 2020년 8월~2021년 2월 성범죄 판결 86건 중 85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항소기각 혹은 형량이 유지된 판결은 45건(52.9%), 감형 혹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은 판결은 35건(41.2%)이었다. 형을 가중한 경우는 5건(5.9%)에 불과했다.

감형의 이유를 살펴보면, ‘피해자’보다 ‘가해자’ 입장을 우선하는 경향을 보였다. 출소 8일 만에 13살 여학생을 강제로 추행하고 상해를 입힌 남성을 징역 18년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하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는 중하지 않고, 피고인은 뇌손상을 입은 뒤 오랜 교도소 생활로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성관계를 거부하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때리고 성폭행한 21살 남성은 징역 7년에서 5년으로 깎아줬는데 “피해자는 만 18살로 성년에 거의 근접”했고 “피고인은 21살의 비교적 젊은 청년으로 교화와 개선의 여지가 남아 보인다”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은 엄벌을 원하는 상태였다.

이 후보자는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12살 아동을 3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인 성적 행위를 한 혐의를 받은 20대 남성에게 1심 징역 10년보다 낮은 징역 7년을 선고하며 “개선·교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20대의 젊은 나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가정폭력 사건에서도 판결은 가해자에게 온정적이었다. 아픈 아내의 복부를 발로 밟아 숨지게 한 남편의 형을 징역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결한게 가장 대표적이다.

아내와 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해 접근금지 결정을 받고서도 보복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찾아와 협박·폭행한 70대 아버지에겐 피해자들이 ‘엄벌 촉구’했음에도 1심 징역 1년을 깨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 후보자는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출소 후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사 사건에서도 성차별을 외면한 판결을 했다. 16년 전 이 후보자는 서울기독교청년회(YMCA)의 여성 회원들이 남성으로 제한된 총회 구성권(총회권) 자격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용인될 수 없는 성차별”이라며 이 후보자의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57개 단체들은 “이 후보자는 여성 인권을 퇴보시키는 행보를 보여왔다”고 비판했고,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역시 “성인지 감수성 결여로 대법원의 수장에 명백하게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8년 대법원은 “성희롱 소송을 할 때는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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