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중소기업의 신기술 자료를 탈취한 혐의로 경찰 등 관련 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횡포로 도산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하고 있다.
20일 충북경찰청 산업기술보호수사대가 현대건설을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 및 침해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건설은 중소기업 우진폼테크를 속여 항만건설에 사용되는 신기술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3월 우진폼테크의 산업기술침해신고를 받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해당 기업과 현대건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인 후 관련 자료를 검토 중이다.
문제가 된 기술은 지난 2017년 우진폼테크가 6년간 연구개발비 약 28억원을 들여 개발한 ‘케이슨 제작 공장형 슬립폼 유압장치’와 ‘케이슨 이송장치’다. ‘케이슨’은 항만, 부두 등에서 안벽, 교량, 방파제 등 용도로 사용돼 해양항만 공사에서 필수적인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인데, 주로 공사현장에서 직접 제작해 바로 바다로 옮기는 방식으로 이용된다. 우진폼테크는 기존 스웨덴 한 기업이 독점 보유하던 이러한 ‘케이슨’의 시공 및 이송 기술을 개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등으로부터 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지난 2018년 우진폼테크가 ‘케이슨 제작 리프팅 유압장치’ 목업(Mock-up Test·실사용테스트)를 실시한 모습. 우진폼테크 제공
문제는 우진폼테크가 ‘독점 수주 계약을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현대건설에 기술을 넘기면서 시작됐다. 우진폼테크는 현대건설이 독점 수주 계약을 줄 의사가 없었으면서 줄 것처럼 속인 뒤 기술만 빼갔다고 주장한다. 독점 계약을 믿고 수용한 ‘제3의 기업에 기술을 제공할 경우 현대건설에 제공하는 금액의 120%로 제공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 때문에 회사가 도산 위기에 몰렸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대건설은 수주 계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우진폼테크가 도산위기(회생개시절차)에 몰려 계약을 줄 수 없었고,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경찰 등에서 조사 중인 사항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지만, 해당 기술 개발은 계약을 통해 공동으로 이뤄져 정당하게 기술자료가 오간 것”이라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우진폼테크를 대리하는 박지훈 변호사(비욘드 법률사무소)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거래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우진폼테크가 당시 법률지식이 부족해 신고 요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하도급법 위반 등으로 신고해 다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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