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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김기현 측근, 억대 연봉 감사 면접서 ‘감사 전문가’ 제쳐

등록 2023-10-12 06:00수정 2023-10-12 20:08

UNIST 상임감사 임명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측근 이아무개(56)씨가 사기업 출신 감사 전문가보다 ‘전문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연봉 1억원이 넘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상임감사에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 지역구 사무실 사무국장 출신으로 감사 경력이 전무한 이씨가 공모를 거쳐 감사에 임명된 것을 두고, 야당은 ‘낙하산 인사’ 선임 과정에 정치권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11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유니스트 감사후보자 면접심사 평가표를 보면, 이씨는 ‘감사직무수행능력’에서 5명의 감사후보추천위원으로부터 89점을 받아 후보자 3명 가운데 최고점을 기록했다. 감사업무 종사 경력, 전문성 등을 따지는 평가항목에서 유관 경력이 전무한 이씨가 최고점자가 된 것이다. 이씨는 직전까지 김 대표 지역구 사무실에서 사무국장으로 3년 가까이 일했고, 그 전에는 주로 체육 관련 직종에 종사해왔다. 차점자(87점)인 정아무개씨가 민간 기업 감사로 7년여간 일한 전문가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씨는 면접 총점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니스트 감사는 감사후보추천위원회가 서류(1차)→면접평가(2차)를 통해 추린 2명 이상의 후보자를 이사회가 추천받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후보추천위는 면접평가 대상자 3명 가운데 이씨와 정씨 등 2명을 이사회에 추천했고, 이사회는 논의를 거쳐 이씨를 감사에 최종 임명했다. 유니스트 감사는 학교 업무와 회계 등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하고 감찰하는 역할을 하는데, 올해 기준 연봉만 1억5600만원에 달한다.

야당은 사실상 이씨를 감사에 내정해놓고 평가를 진행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유니스트가 적격자를 찾기 위해 재공모까지 해놓고, 실세 정치인의 측근인 비전문가를 감사에 임명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4대 과기원 중 비전문가가 감사를 맡은 건 유니스트가 유일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상임감사는 이은우 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감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 정재권 변호사, 광주과학기술원(GIST) 감사는 과학기술정책 전문가인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맡고 있다.

유니스트가 중단했던 감사 선임절차를 재개한 시점도 의구심을 키우는 요소다. 지난해 10월 감사후보추천위는 13명의 지원자 중 3명의 후보자를 꼽아 이사회에 추천했는데 이사회는 이듬해 1월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선임안을 부결했다. 당시 면접 점수가 가장 높았던 지원자는 울산시 고위관료 출신이었다. 이후 유니스트 이사회는 3개월여간 감사를 공석으로 두다가 4월부터 다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공교롭게도 울산을 지역구로 둔 김기현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에 당선(3월)된 이후다. 관련 규정이 없어 이사회가 임의로 후보추천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조승래 의원은 “경력 등을 미루어보아 다른 적임자가 있었음에도 체육계 경력이 주를 이루는 현 감사가 선임된 것은 누가 봐도 낙하산 인사”라며 “특히 김기현 대표 선출 이후 공모가 진행됐고, 김 대표의 사무국장이 선임됐다는 점에서 여당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지 채용 과정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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