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면접 강사로 활동하던 대학 조교수가 올해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것과 관련해 소방당국이 “범죄가 성립해도 벌금에 그쳐 고발 실익이 없다”며 수사의뢰 없이 사안을 자체 종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회의결과와 법무법인 자문서 등을 보면, 소방청은 지난 7월 회의에서 “고발을 위해선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지만, 설령 성립한다고 해도 소액의 벌금형이 나올 정도”라며 “고발 실익이 없다”고 자체 종결했다. 앞서 한겨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공무원학원에서 소방관 채용 면접 특강 강사로 활동한 방아무개 교수가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면접관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소방청은 학원과 교수, 응시생 등을 조사해 면접 응시생 중 2명이 방 교수 특강을 들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방 교수가 2명에 대해 다른 면접위원보다 낮은 점수를 준데다, 변호사들도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국가공무원법 44조(시험·임용 방해행위 금지)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는 점을 근거로 소방청은 자체 종결했다.
강제성 없는 내부 조사만으로는 사실관계 규명에 한계가 있는데 소방청이 성급하게 ‘실익이 없다’며 종결 처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방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으로 밝혀진 2명에게 다른 응시자에게 준 평균 점수(37.8점)보다 각각 0.2점, 3점 높은 점수를 줬다. 애초 학원과 응시생들이 수강 여부 등을 제대로 밝혔는지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방 교수와 응시생들은 지인·사제 관계 등에서 해야 할 기피·회피 신청도 하지 않았다. 고문변호사들도 자문서에서 “소방청의 면접시험 업무가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된 점에 관한 사실적·법률적 평가에 따라 법 위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천준호 의원은 “시험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에도 소방청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라며 “지금이라도 수사의뢰해 의혹을 해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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