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2심 재판부에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가 무죄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사실관계도 다르고 피고인과의 친분에 따라 개인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16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조 전 장관 쪽은 문 전 대통령이 쓴 사실조회 회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회신서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끝낸 것이 민정수석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무죄 주장을 뒷받침하는 회신서다. 문 전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의 재판에 직접 의견을 낸 것은 처음이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이날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이아무개씨를 신문하면서 문 전 대통령의 회신서를 읽었다. 그는 “특별감찰반은 노무현 정부 시절 생긴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직제를 만들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최고 수상(최고 책임자)이었다”고 우선 밝혔다.
이후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문 전 대통령의 회신서 가운데 “감찰에 대한 처분 권한도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있다. 특별감찰반원은 조사한 사안에 (대해) 의견개진만 할 수 있을 뿐, 처분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그런 권한을 부여한 적도 없다. 감찰을 종료할지 여부 등 결정권한은 모두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쓴 부분 읽은 뒤 이씨를 향해 이런 내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씨는 “특감반을 대통령 직제로 두고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감찰조사 수행과 관련된 의무도 포괄적으로 규정돼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의 회신서에 대해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필체가 다르다” “피고인과의 친분에 따라 개인 의견을 밝힌 것이고, 작성 형식·내용 등에 비춰봐도 직접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해서 보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증인 이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 수사관인 이씨는 2017년 특감반에 파견돼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인지하고 직접 감찰 조사한 사람이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당시 대검 감찰을 받던 이씨가 검찰 수사팀의 회유 때문에 태도를 바꿔 ‘감찰 무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무혐의로 보고됐던 나에 대한 감찰이 당시 새로운 대검 감찰부장이 오면서 다시 추진됐고, 4번이나 무혐의 보고가 올라갔지만 3년 반 동안 감찰이 진행됐다”며 “이 감찰부장은 (조국) 수석님이 임명한 한동수 부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조 전 장관은 직접 이씨를 신문하며 “한 부장이 감찰부장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증인에 대한 긴 시간의 감찰은 오늘 처음 들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0일 공판기일에서 유재수 전 부시장을 증인 신문할 예정이다. 다만 세차례 보낸 소환장이 폐문부재(집에 아무도 없고 문이 닫혀있는 상태)로 도달하지 못해 실제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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