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무소속 윤관석 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돈봉투 한개에 든 금액이 1백만~5백만원 사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윤 의원은 돈 봉투 20개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공소장에 적은 ‘봉투당 3백만원’이 아니라 1백만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돈봉투 전달 과정을 설명하면서 돈봉투 금액에 대해 언급했다.
이씨는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27일께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용수씨에게 돈봉투 10개가 차곡차곡 정리되어 담긴 쇼핑백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봉투에는 5만원짜리 지폐가 들어 있었는데 최소 1백만원 이상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액수나 봉투의 개수를 정확하게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두툼했다”며 “검찰 조사에서 돈봉투 두께와 관련한 테스트(모의 실험)를 했을 때 확실히 1백만원은 넘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검찰에서도 “봉투를 세로로 눌러봤는데 1백만원 보다는 확실히 많고, 5백만원보다는 적어 보였다”고 진술했다.
박용수씨는 지지를 요청할 목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건넬 3백만원짜리 돈봉투 20개(6천만원)를 이틀에 걸쳐 이씨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과 같다. 윤 의원은 1백만원 돈봉투 20개(2천만원)였다고 맞서고 있다.
돈을 빼돌리는 등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묻자 이씨는 “만약 그랬다면(액수가 달랐다면) 어느 한쪽에서든 난리가 났을 텐데 모두 만족했다”며 “마련한 사람(박용수)도 오케이, 받아 간 사람(윤관석)도 오케이, 전달하라고 지시한 사람(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도 오케이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봉투를 나눠주기로 결심하는 과정이나 어떤 의원들에게 나눠줄지 논의한 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돈봉투 살포 당시)스태프들에게 주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의원들에게까지 준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며 “돈봉투는 소분된 상태로 받았고 나는 돈봉투를 단순 전달하는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왜 박씨가 직접 전달하지 않고, 이씨를 통해서 전달했냐’는 검찰 질문에 이씨는 “윤 의원이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아주 예민한 돈 문제를 보좌관과 주고받고 이런 거는 안 하는 성격”이라며 “그래서 나에게 심부름을 시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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