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에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내건 추석 인사 현수막. 출처 인권위 내부 게시판.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추석기간 고향에 내건 ‘빨간색 현수막’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자신이 위원장을 맡은 인권위 소위는 세달째 열지 않아 ‘태업’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총선 출마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인권위 내부에서 나온다.
25일 한겨레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사실을 종합하면, 최근 인권위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김 위원이 추석기간 자신의 고향인 부산 영도구에 건 현수막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 김 위원은 ‘정겹고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빨간 배경 위에 흰 글씨로 자신의 이름과 직책을 적은 현수막을 도로 한쪽에 걸었다. 국민의힘 현수막과 유사한 모양새다. 김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추천으로 지난 2월 인권위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영도구에서 새출발하고, 인권위는 그만 나가라’는 취지로 김 위원을 비판했다. 김 위원의 총선 출마 가능성을 비꼰 것이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15대 총선(무소속)을 시작으로 16대(민주국민당)→18대(무소속)→21대(더불어민주당·경선 낙선)까지 부산 영도에서만 4번을 출마했다. 당적도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오가며 여러차례 바꿨다. 현재는 당적이 없지만, 최근 국민의힘 인권위원회 출범 행사에 참석하는 등 여권과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권위 내부 비판은, 김 위원으로 인해 세달째 개점휴업 상태인 ‘침해구제 제1소위’의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김 위원은 지난 8월 1일 열린 소위에서 ‘경찰의 수요시위 방해에 대한 부작위 진정사건’을 기각했는데, 인권위 사무처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고 제동을 걸자 담당 직원들의 인사 조처가 이뤄지기 전까지 소위를 열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소위가 제구실을 못 한 8월 1일 이후부터 이날까지 소위에 발이 묶여 있는 안건만 197건에 달한다.
김 위원은 이날 한겨레 통화에서 “고향 주민들한테 안부 현수막을 건 것이지 총선 출마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다”며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소위 개점 휴업과 관련해선 “직원 교체는 간단한 문제인데도 인권위원장이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위 결정을 무시하고 집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데리고 회의를 계속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이 국민 인권의 최후 보루인 인권위마저 망가뜨리고 있다”며 “해당 위원의 직무유기 등에 대해 국정감사를 통해 책임을 묻고 바로잡을 것” 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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