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가 ‘부동시’(좌우 눈의 굴절이 다른 상태) 증상 악화로 재검을 통해 ‘1급 현역→4급 보충역’으로 판정이 바뀌었는데, 판정 4개월 전 운전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시라고 해서 운전면허를 딸 수 없는 건 아니지만, 4급 판정을 받을 정도의 부동시라면 시력에도 악영향을 줘 면허 취득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징병검사 때의 시력을 고려하면 3년 만에 4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부동시가 악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도 나왔다.
7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설명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 1985년 병역판정 검사를 받고 현역병 입영대상자(1급) 판정을 받았으나 4년 뒤인 1988년 9월 재병역판정검사를 통해 부동시 증상이 인정돼 보충역(4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1989년 입대 뒤 실시한 재검사에서 수핵탈출증(디스크)을 이유로 소집 면제됐다.
당시 병역신체검사규칙을 보면, 박 후보자의 양안곡광도의 차이는 3디옵터 이상 4디옵터 미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시는 두 눈의 굴절력이 동등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양쪽 눈의 차이로 사물이 다르게 보이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박 후보자는 1985년 첫 징병검사를 받았는데 당시 나안 시력은 좌안 0.1 우안 0.3이었다. 안과전문의 ㄱ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20살 이후 안구 성장이 거의 멈추기 때문에 22살때(1985년) 좌안 0.1 우안 0.3이었는데, 3년 만에 3디옵터 이상의 부동시로 악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백내장이 있거나 안구에 혹이 나거나 등 기타 안과 질환이 있어야 가능한 경우”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재검 요청 4개월 전인 1988년 5월12일 2종 보통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군복무가 어려울 정도의 부동시인데도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부동시 탓에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는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부동시 증상이 심해 평생 운전면허를 따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전문의 ㄱ씨는 “부동시라 해도 양안에 맞는 도수로 각각 콘텍트렌즈를 끼면 운전을 할 수는 있다. 어릴 때부터 교정을 잘한 경우에도 운전면허 취득에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며 “ 하지만 박 후보자처럼 20살 이후 급격히 부동시가 악화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학 재학 중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는 부동시와 수핵탈출증 증상을 갖고 있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 1급 현역병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병적기록부는 국회에 제출했지만,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신체검사 자료는 “개인정보”라며 제출을 거부했다.
조승래 의원은 “윤 대통령은 부동시 때문에 운전면허도 따지 못했다고 하는데, 후보자가 부동시로 보충역 판정을 받음과 거의 동시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후보자의 병역 회피 의혹이 큰 만큼, 더 이상 개인정보를 핑계로 자료를 감추지 말고 제대로 자료를 제출해 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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