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인터넷 매체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왼쪽)가 1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 제출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증보도’로 수사를 받는 언론매체 ‘리포액트'의 허재현 기자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이 자신의 혐의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지 살펴달라는 취지다.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는 검찰청법과 그 시행령에 규정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허 기자는 13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또 수사심의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디지털 포렌식을 비롯한 수사 절차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허 기자의 변호인인 최용문 변호사는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등의 배임수재 혐의 사건과) 우리 사건이 관련 있다는 내용은 영장에 없다”면서 “신학림 기자의 배임수재 사건과 직접 관련성도, 인적 관련성도 없기 때문에 우리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공정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허 기자는 “결과가 희망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수사심의위) 위원장인 것으로 아는데 이른바 ‘검수완박 사건’ 때 검찰 쪽을 변호한 분으로 안다” 말했다. 강 전 재판관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등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취지가 담긴 검찰청법 등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냈을 때 법무부 쪽 대리인을 맡은 바 있다.
허 기자 쪽은 또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준항고란 피의자가 압수수색 등 수사기관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는 절차다.
허 기자는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와 견줘도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정작 50억원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왔음에도 관련자들의 압수수색이 신속히 진행됐나. 왜 기자들이 50억 클럽 일당보다도 더 신속하게 휴대폰을 빼앗기느냐”라고 되물었다.
허 기자는 자신의 녹취록 보도에 대해 “당시 여러 경로를 통해 검찰과 최재경(전 검사장) 등에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여러 사람이 ‘최재경의 발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이야기해줬기 때문에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및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현행 검찰청법상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에 한정된다. 검찰은 허 기자 등의 사건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일부이기 때문에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청한 수사심의위와 관련해 20일 부의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부의심사위에서는 수사심의위를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이른바 ‘돈 봉투 사건’을 수사하다 외곽조직 관련 의혹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별건 수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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