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경남 고성군에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로봇. 경남소방본부 제공
산업로봇이 사람을 상자로 인식해 사망케 했다. 산업용 로봇으로 숨지는 사람은 매년 평균 3명에 달한다.
2023년 11월7일 저녁 7시45분께, 경남 고성군의 농산물 유통 업체에서 산업용 로봇을 손보던 하청 노동자가 얼굴과 상반신을 크게 다쳤다. 사고를 낸 로봇은 상자를 바구니 모양의 철제 이동기구로 들어 건너편으로 옮기는 일을 한다. 노동자가 설비를 확장하며 기존에 설치된 로봇과 호환 여부를 확인하던 중 로봇이 갑자기 작동했다. 철제 이동기구와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끼인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과 설비를 맡은 하청업체 모두 상시 노동자 50명 미만 사업장이다.
산업로봇에 의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2년 9월 ‘산업용 로봇 재해예방 OPS’에서 공개한 최근 5년간 산업로봇 관련 사고 사망자는 16명이다. 매년 3명꼴로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수리 중이던 로봇이 갑자기 가동돼 노동자 신체가 부품 사이에 끼이거나(2020년 3월 광주) 신체를 가격당해(2018년 12월 충남 아산)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장엔 노동자와 로봇을 분리하는 안전펜스와 접근 금지 표시가 없었고 로봇 전원이 차단돼 있지도 않았다. 노동부는 전원 차단이 필요한 공정이었는지, 작업수칙은 갖춰졌는지 확인 중이다.
다만 로봇 자체가 사람과 상자를 구분할 만큼 정밀하게 설계되진 않았다고 한다. 사람이든 상자든 일정 중량 이상의 물건이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 가동되는 식이라 불시에 작동할 위험이 상존한다. 고정식 산업로봇이 사람과 협동 작업할 경우 △속도를 자동으로 줄이는 기능 △로봇 몸체를 놓았을 때 정지되는 기능 △사람과 접촉하면 제한된 크기의 힘만 전달하는 기능 등을 갖추라고 안전공단은 권고한다.
국내 산업현장의 로봇 집적도는 노동자 1만 명당 932대로 세계 1위 수준이다. 그러나 산업로봇 위험 관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추진 중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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