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침 8시 10분께 수험생 입실 시간이 지나고 개포고등학교 교문이 닫히자 응원 나온 중동고 학생들이 수험생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있다. 김채운 기자
“전체 차렷! 선배님께 경례! 정직! 선배님, 수능 대박 나십쇼!”
탁한 하늘 위로 동이 터오던 16일 아침 7시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고 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긴장감을 뚫고 시끌벅적한 응원 소리로 가득했다. 새벽 6시께부터 이곳에 모여있었다는 중동고 학생 13명은 수능 시험장에 도착한 선배들을 향해 연신 응원의 경례를 건넸다. 후배들의 응원을 보고 빙긋 웃음을 지은 중동고 수험생들은 “정직! 후배들아 고맙다!”라고 힘차게 화답했다.
이날 응원단으로 함께한 배준우(17·중동고 2학년)군은 “중동고뿐만 아니라 개포고에서 시험을 보는 선배님들 모두 대박 나시라는 마음으로 큰절까지 드렸다”며 “이제 제가 수능을 볼 차례가 됐다는 게 실감난다. 내일부터 마음을 잡고 공부해야겠다”고 했다.
후배들의 응원을 받은 김도윤(18·중동고 3학년)군은 “작년까진 개인적으로 수험장에 찾아가서 선배들을 응원했는데, 올해엔 단체응원 덕에 더 잘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라며 “마스크도 벗고 쾌적하게 수능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개포고에서 지난 2012년부터 관리인으로 일했다는 손두영(69)씨는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중동고 단체응원이 없어 허전했는데, 오랜만에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느끼니 좋다”고 했다.
16일 아침 7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고등학교로 수험생 응원을 나온 중동고 학생들이 선배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김채운 기자
코로나19로 수능에서 시험장 앞 단체응원이 금지된 지 4년 만에 다시 시험장 앞이 후배들의 뜨거운 응원 열기로 채워졌다. ‘수능 한파’ 없는 영상 7도의 날씨 속에서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시험장 안을 들어갔다. 후배들과 학부모들은 입실시간이 지나 교문을 닫히고도 한동안 학교를 바라보며 마지막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수험생들은 정부가 교육과정 밖 출제 논란이 있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올해 수능에서 배제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지금까지 충분히 대비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던 최지원(18)군은 “바뀐 출제 기조가 반영된 9월 모의고사를 풀어보니 못 풀 정도는 아니었다”라며 “오늘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고 대비해왔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용산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던 윤희우(18)군은 “지금까지 킬러문항이 있었던 데엔 변별력 확보 등 필요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출제 기조가 예년과 비슷하게 가는 게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양천고 교문 앞을 지키던 노승연(40) 교사는 “킬러문항은 이제까지 아이들이 몰라서 못 푸는 거로 변별력을 가졌는데 이젠 시간 싸움이 돼 공부한 시간 대비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보였다”라며 “특히 수학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16일 아침 7시40분께 서울 중구 순화동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가족에게 격려를 받고 있다. 고나린 기자
아침부터 손수 도시락을 싸 수험생들을 ‘전장’으로 들여보낸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학교를 바라봤다. 양천고로 아들을 들여보낸 황미선(52)씨는 “아들이 평소 긴장하면 화장실을 가고 싶어해서 자리 잡고 화장실 먼저 가라고 조언했다”라며 “집에 있으면 더 불안할 거 같아서 평소 하던 대로 회사에 출근해 일하고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용산고에 아들을 들여보낸 한순옥(48)씨는 “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떨지 않고 시험에 임하면 좋겠다”며 “끝나고 나오면 그동안 고생했으니 안아주고, 맛있고 든든한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고 했다. 박윤희(50)씨는 “딸이 (정시보다) ‘수시파’였는데, 수시가 잘 안 된 것 같아 걱정이다. 수능이라도 잘 볼 수 있도록 응원했다”고 말한 뒤, 딸이 들어간 서울 중구 순화동 이화여자외고 건물을 한참 바라봤다.
16일 아침 7시 40분께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용산고등학교 앞에서 배문고 1·2학년 학생들이 이날 수능 시험을 보는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고경주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지각생은 있었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 차량 에스코트 178건, 수험표 등 물품 전달 13건 등 모두 214건의 편의제공을 했다고 밝혔다. 아침 8시께 이화여자외고 앞에서는 경찰차를 타고 온 여학생이 급하게 교문으로 뛰어들어가고 경찰들도 차에서 내려 “빨리 뛰어가 학생!”이라고 외쳤다. 개포고에서는 8시10분께 닫히는 교문 사이로 땀범벅이 된 남자 수험생이 뛰어서 들어가고, 양천고에서도 입실 마감 1분을 남기고 교문 안으로 뛰어가는 학생이 보였다.
2024학년도 수능은 이날 아침 8시 40분 1교시 국어영역을 시작으로 전국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이번 수능에는 총 50만4588명이 응시했다. 재학생은 32만6646명이고 졸업생 등은 17만7942명이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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