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의 한 장면. 가수 싸이가 “하나의 선택”을 외치고 있다. 에스비에스 뉴스 갈무리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큰 차이로 패한 뒤 한국 대표단이 준비한 최종 프레젠테이션 영상이 화제다. 투표 결과와 별개로 정부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T) 영상에 ‘너무 촌스러워 보기 민망하다’는 반응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터져 나온다.
28일(현지시각) 2030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가 열린 프랑스 파리 외곽 이시레몰리노 팔레 데 콩그레 회의장. 한국 대표단 마지막 주자로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박수갈채가 쏟아지며 회의장이 암전됐다.
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의 한 장면. 성악가 조수미가 “당신의 선택”을 외치고 있다. 에스비에스 뉴스 갈무리
이어 어두컴컴한 회의장을 쩌렁쩌렁 울린 음악은 다름 아닌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특유의 말타기 춤을 연상시키는 이 노래가 국내외에서 붐을 일으켰던 건 지난 2012년이다.
10년 전 노래를 배경으로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를 맡은 지휘자 정명훈과 성악가 조수미,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출신 가수 김준수, 아이돌그룹 드림캐쳐, 제로베이스원, 몬스타엑스,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태민 등이 차례로 등장해 “당신의 선택(Your Choice)”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말미에는 싸이가 등장해 “하나의 선택(Once Choice)”라고 외치며 검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해외에서 흥행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배우 이정재가 뒤이어 등장해 같은 구호와 손동작을 반복한 뒤 “부산”을 힘주어 말한다.
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의 한 장면. 가수 몬스타엑스가 “당신의 선택”을 외치고 있다. 에스비에스 뉴스 갈무리
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의 한 장면. 배우 이정재가 “하나의 선택”을 외치고 있다. 에스비에스 뉴스 갈무리
33초간 이어진 이 영상에서 부산과 관련한 장면이 등장하는 건 9초 남짓뿐이다. 광안대교 전경이 두 번, 부산 불꽃놀이 장면이 두번 정도 등장한다. 한복을 입은 앳된 소녀들과 ‘부산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시민들 모습이 잠깐 스쳐 지나가지만 부산이라는 장소가 부각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뉴스 갈무리
한국 정부가 준비한 부산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뉴스 갈무리
누리꾼들은 최종 선택을 호소하는 이 영상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끝까지 보기 힘들다” “창피하다” “언제적 강남스타일이냐” 등의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건 아재가 아니라 할재(할아버지) 수준 감성” “대학생도 이렇게는 안 만든다” “부산 홍보에 웬 강남스타일” 등의 반응도 있었다. “아이돌과 연예인으로 도배한 것은 무슨 생각인가? 시작도 하기 전에 진 게임이었다” 등의 지적도 나온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매력과 특색을 부각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지도 있는 연예인들을 자랑하듯 출연시킨 영상 콘셉트 자체가 촌스럽다는 반응이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