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경감이 파출소장 시절 지역 유지와 함께한 자리에 동석하라고 박인아 경위에게 보낸 메시지. 박 경위 휴대전화 갈무리
지난 7월 지역 유지에 대한 접대 강요 등 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한 여성 경찰관에게 가해자보다 중한 징계가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한 ‘보복성 징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했던 박인아 경위에 대해 3개월 감봉 처분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7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전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장 ㄱ경감에 대해 견책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경찰 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감봉은 경징계 중에 가장 수위가 높지만, 견책은 가장 낮은 수위다.
갑질과 보복 등 다수 비위가 인정된 ㄱ경감에게는 봐주기식 징계를 한 반면, 이후 감찰 등을 문제 삼은 박 경위에게는 징계성 보복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ㄱ경감은 지역 유지와의 만남과 실내 암벽 등반을 강요하는 등 비위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문제를 폭로한 박 경위 근태를 문제 삼기 위해 파출소 시시티브이(CCTV)까지 불법으로 돌려본 사실이 인정됐지만 견책 처분에 그쳤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최근 불법으로 시시티브이를 돌려본 ㄱ경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박 경위에 대해서는 사복 착용, 유연 근무 출퇴근 미등록, 출장비 부당수령, 부적절 언행, 정당한 지시 불이행, 근무시간 공부, 관리팀 업무 소홀 등 7가지 항목을 징계의 근거로 들었다. 박 경위가 근무복이 아닌 형사 점퍼를 입거나, 순찰 업무를 하는 파출소 아동안전지킴이에 무단결근 등을 지적한 것, 동료의 코로나19 병가를 대신 내주지 않은 것 등이다. 모두 ㄱ경감이 박 경위에 대해 경찰에 진정을 했다 이미 취소한 내용이다.
박 경위는 한겨레에 “ㄱ경감의 갑질이나 불법 행위가 경찰 수사로도 밝혀지고 있지만, 조직 문제를 알렸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가해자보다 더한 징계를 주며 조직이 보복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에서 근무한 박 경위는 파출소장이 지난 4월 지역 유지인 80대 남성 ㄴ씨와의 식사 자리에 자신을 불렀고, ‘회장님’으로 불린 ㄴ씨가 박 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라고 부르며 과일을 깎게 시키고 사진을 찍자고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박 경위는 파출소장이 “회장님께서 승진시켜 준대. 빨리 오라”며 다시 부르기도 하고, 근무 시간에 자신에게 단둘이 실내 암벽 등반장에 가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 경위는 지난 5월 성동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진정서를 내 문제제기를 했지만, 당시 서울경찰청은 파출소장에게 경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지난 7월 박 경위가 사건을 경찰 내부 게시판에 공론화하자, 그제서야 경찰청이 서울경찰청과 성동경찰서에 대한 감찰 조사에 나섰지만 결국 견책 처분에 그쳤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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