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의사, 환자에게 심장·폐장 줬다…마지막까지 생명 구해

순천향대 부천병원 임상 조교수
뇌출혈 뒤 뇌사 장기기증

6일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의 삶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의사 이은애씨가 생전 전공의 시절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과 찍은 사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30대 의사가 장기 기증으로 5명의 삶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6일 순천향대 부천병원 임상 조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은애(34)씨가 심장, 폐장, 간장, 신장(2개)을 5명의 환자에게 기증해 새 생명을 나누어 주었다고 7일 밝혔다.

성모병원 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씨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 중 머리가 아파 화장실에 갔다가 구토 후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근처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검사 결과 뇌출혈(지주막하출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4일 성모병원 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된 이씨는 수술을 해도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의 소견에 따라 수술 대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뇌사상태에 빠졌고, 가족의 결정으로 6일 성모병원에서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6일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의 삶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의사 이은애씨.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성모병원은 가족들이 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의사가 된 고인의 뜻을 기려 어렵게 장기 기증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혈관이식외과)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최선을 다했던 딸이 끝까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고인 가족의 숭고하고 뜻깊은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아버지는 “결혼 후 7년 만에 어렵게 얻었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뇌사라는 말에도 믿을 수 없어 깨어날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살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마음은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했다.

6일 뇌사 장기 기증으로 5명의 삶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의사 이은애씨의 빈소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고인의 여동생은 “언니는 훌륭한 의료인이자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인생의 모토 자체였다”며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도 가족들의 고민 얘기도 항상 들어주고 마음도 헤아려주고 가족을 늘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가 않고 보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별’을 뜻하는 ‘스텔라’가 가톨릭 세례명인 이씨의 빈소는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승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