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서울의 한복판에서 군사반란을 막으려는 이들과 대치하는 전두광(황정민) 보안사령관(가운데) 등 ‘신군부’ 세력의 모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초등학교에서 이 영화를 단체로 관람하려다 돌연 취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극우 유튜버와 일부 학부모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영화”라며 문제를 삼으면서다.
서울 송파구 ㅅ초등학교가 지난 4일 보낸 가정통신문을 8일 보면, 학교는 6학년 체험 학습 활동일인 오는 13일 영화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할 계획이라고 안내했다. 학교 쪽은 “근현대사 영화 관람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심도 있는 이해 및 역사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영화 ‘서울의 봄' 관람을 계획했다”며 “6학년 사회과목 교육과정과 연계한 활동으로 민주시민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적었다.
그러나 학교 쪽은 이틀 만에 행사를 취소했다. 학교 쪽은 지난 6일 다시 “영화 관람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염려스러운 의견, 도보 이동 시 학생 안전 문제, 미참여 학생들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돼 본래 계획했던 영화 관람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통신문을 보냈다. 학교 쪽은 사유를 묻는 한겨레 취재 요구에 “취소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극우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최근 이 학교의 영화 관람 계획에 문제를 제기했다. 가세연 쪽은 “좌빨(좌익빨갱이) 역사 왜곡 영화 ‘서울의 봄’ 관객 수 조작 증거”라며 “서울 송파구 ㅅ초등학교가 학교 수업이라며 단체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이 더러운 좌빨 교육을 우리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학교의 단체 관람 날짜와 시간, 장소를 구체적으로 게시했다. 단체 관람을 취소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엔 “여러분 덕분에 승리했다. 초등학생 동원 관객 수 조작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북 포항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5~6학년생을 대상으로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추진하다 지난 4일 계획을 철회했다. 일부 학부모가 포항교육지원청에 ‘학교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영화를 단체 관람하려 한다’며 민원을 제기하면서다. 이 학교 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대사를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단체 관람을 추진했지만, (학부모 민원 등)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벌인 군사반란을 다룬 작품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해 15일 만에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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