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쪼그라든 진실규명률…‘막말’ 김광동의 책임은? [현장에서]

등록 2023-12-13 11:50수정 2023-12-13 12:16

6일 열린 진실화해위 출범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6일 열린 진실화해위 출범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49.3% 대 21.1%.

지난 6일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출범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은 그동안의 사건 처리율이 49.3%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대부분의 언론은 21.1%라는 진실규명률(희생자 및 인권침해 확인율)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사건 처리율은 전체 사건 중 진실규명 불능과 각하를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 종결된 사건 비율을 말한다.

12일 열린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에서는 49.3%마저 부풀려진 수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 추천 이상훈 상임위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2334건은 무더기 각하했고, 여순사건의 경우 1000여건을 여순사건위원회(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로 이송했다. 이 부분이 16%라 실제 사건처리율은 3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상임위원은 “앞으로 진실규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위원회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광동 위원장은 “동감한다”고 답했다.

1기 진실화해위(2005~2010)의 경우 전체 진실규명률이 75.6%였고, 이 중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 사건은 82.1%로 가장 높았다. 2기인 현 진실화해위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은 진실규명률이 14%로 가장 낮다. 1기보다 적은 조사기간과 여러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차이가 현격하다. 이를 감추려는 듯 기자간담회 보도자료 어디에도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 진실규명률을 적시하지 않았다.

이날 전체위에서 여당 추천 장영수 위원은 조금 다른 말을 했다. 장 위원은 “진실규명률이 높아야 한다는 전제로 출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서 이게 진실이라고 하면 (진실규명률이) 80~90%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10~20%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했다. “충분한 증거가 없더라도 그냥 다 진실로 인정하자 그건 아니지 않냐”라고도 했다.

하지만 진실규명률을 높인다는 게 무조건 신청인들의 주장을 수용해 진실로 인정해주자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진실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 성의있게 하자는 데 가깝다.

가령 일부 지역의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사건 보고서 작성을 이미 마쳐놓고도 ‘부역자 처리지침’을 만든다며 무더기로 심의를 미뤄온 경우가 많았다. 특히 영천·진도 희생자들에 대해선 신뢰할 수 없는 경찰기록을 근거로 진실규명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의문사 등 각종 인권침해 사건은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자료 협조가 안 돼 조사의 장벽이 돼 왔다. 결정적으로 조사관들의 조사 의지를 꺾어온 것은 김광동 위원장의 입이었다.

이날 전체위에서 야당 추천 허상수 위원은 “그동안 조사관들의 조사활동을 방해해온 ‘전시에는 재판 없이 죽일 수 있다’ 따위의 막말과 폭언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광동 위원장은 이번에도 자신의 발언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체위 때마다 “진실규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위원장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엄마, 삭발하고 구치소 간다…“26년 소송에 양육비 270만원뿐” 1.

엄마, 삭발하고 구치소 간다…“26년 소송에 양육비 270만원뿐”

[속보] 크렘린궁 “푸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2.

[속보] 크렘린궁 “푸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10도 뚝, 5일 아침 한파주의보 가능성…6일은 일부 지역 영하 3.

10도 뚝, 5일 아침 한파주의보 가능성…6일은 일부 지역 영하

이라크까지 떠나간 ‘세월호 잠수사’ 한재명의 안타까운 죽음 4.

이라크까지 떠나간 ‘세월호 잠수사’ 한재명의 안타까운 죽음

대치동은 지금 ‘레테’의 계절…수능 고사장 방불케 하는 ‘황소 고시’ 5.

대치동은 지금 ‘레테’의 계절…수능 고사장 방불케 하는 ‘황소 고시’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