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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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승소했다. 2심 법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요구’하는 청구권자인데도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직무에 관여한 것이 헌법과 검사징계법의 취지를 위반했다고 봤다. 1심과 정반대 판단인데, 이 법리대로라면 법무부 장관이 소속 외청장인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대로 집행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심준보)는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추 장관이 재직하던 2020년 12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에게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 △채널에이(A) 사건 감찰·수사 방해 등을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0월 1심은 징계 절차와 사유 모두 타당하다고 봤으나, 2심은 징계 절차가 위법하다고 보고 징계 사유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징계위 당연직 위원장이었던 추 전 장관이 ‘징계청구자’인데도 징계 과정에 참여한 걸 문제로 봤다.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정한 검사징계법 17조 2항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1월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뒤 검사징계위원회 당연직 위원장으로서 △1차 심의기일을 지정·변경하고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징계위원으로 신규 위촉하고 나아가 위원장 직무대리로 지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징계청구자라는 ‘당사자’ 지위에 있는 법무부 장관이 ‘판단의 주체’나 ‘판단기관의 구성권자’로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1심은 같은 쟁점에 대해 정반대 판단을 했다. 검사징계법 17조 2항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에서 ‘사건심의’를 ‘구체적인 심사 및 의결’로 좁게 봤다. 추 장관이 위원장으로서 위원회를 소집하고,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행위까지 ‘사건심의에 관여한 행위’로 규정할 경우, 본인 대신 ‘구체적인 심사 및 의결’을 맡아야 할 위원장 직무대리조차 지명할 수 없는 모순에 빠진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징계청구자가 사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확대해석한 것”이라며 “검찰총장을 징계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가 법무부장관뿐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검찰총장을 징계 불가능한 것으로 성역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윤 대통령이 낸 징계위원 기피신청을 기각한 과정도 ‘정족수 미달’로 위법하다고 봤다. 윤 대통령은 징계위원 총 5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는데, 징계위는 기피신청 대상자가 의견을 밝히고 퇴장하면 나머지 위원들이 의결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며 모든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추 장관이 위촉한 정한중 교수의 위원 자격부터 인정하지 않은 2심 재판부는 기피신청대상자까지 제외하면 의결정족수에 미달한다고 봤다. 반대로 1심은 기피신청대상자를 의결정족수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이 소송은 ‘법무부의 부실대응’으로도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추 장관을 상대로 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피고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윤 대통령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체널에이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의 주요 인물이기도 하다.
한 장관은 이 소송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한동훈 법무부’가 ‘패소할 결심’을 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법무부 산하 기관인 정부법무공단이 법무부 쪽 대리인을 맡고 있는데, 이들은 2심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석명준비명령에 동문서답식 의견을 내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윤 대통령 쪽이 증인을 여럿 신청하는 동안 법무부는 증인을 단 한명도 신청하지 않았고, 법원에 준비서면을 제출할 시간이 한 달 넘게 주어졌는데도 재판 당일 제출해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법무부는 판결문 검토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