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월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회의로 진행된 제10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부처와 학교 등에서 지난 2년 동안 2600건이 넘는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지만, 여성가족부가 현장점검에 나선 건 50여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가 피해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6일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직유관단체(공기업, 지방공사·공단 등)와 각급 학교 1만8천여곳에서 발생한 성폭력·성희롱 사건은 총 2620건이다.
현행 성폭력방지법(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국가기관 등은 성폭력·성희롱 사건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곧바로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3개월 안에 재발 방지 대책을 여가부에 제출해야 한다. 여가부는 통보받은 사건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현장점검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가부는 전체 2620건의 사건 중 53건에 대해서만 현장점검을 나갔다. 전체 사건의 2% 수준이다. 여가부의 현장점검 실적이 저조한 건, 인력이 4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모든 사건을 점검할 순 없었다”며 “증원도 힘든 상태라 앞으로도 점검단은 4명을 유지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성폭력·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주무부처로서의 역할을 저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현행법에는 여가부의 현장점검 결과, 시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에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해당 기관이 여가부의 시정·보완 권고를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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