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도 있었나’로 구분
“살해 생각 없었다” 진술
“살해 생각 없었다” 진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씨의 혐의를 확정하면서 상해와 살인미수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해와 살인미수를 구분짓는 기준은 살인의 의도가 있었느냐 하는 점인데, 지씨는 박 대표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일선 수사관들이나 상당수 변호사들은 지씨의 혐의를 ‘상해’로 정한 수사팀의 결정이 옳다고 말한다. 지씨는 문구용 칼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그어 박 대표의 귓바퀴 앞부터 입 옆까지 길이 11㎝, 깊이 1~3㎝의 상처를 입혔다. 지씨가 살인의 분명한 의도가 있었다면 목 부위를 노려 흉기를 가로 방향으로 휘둘렀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로로 그었다면 경정맥이나 경동맥 등을 파열시켜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서 한 형사과장은 “작은 문구용 칼이라 목 주변을 노렸다면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칼을 그은 방향으로 볼 때 살인 보다는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동수사본부는 지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하는 데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고 수사팀 관계자들은 말했다. 온 국민이 충격을 받은데다 한나라당과 박 대표 지지자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미수’ 혐의의 적용을 주장하는 쪽은 “박 대표가 입은 상처가 아래 쪽으로 2㎝만 더 길었다면 경동맥을 다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지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어떤 행동으로 상대방이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범인이 했다는 뜻이다. 20년 전 일어난 서울 서초동 서진룸살롱 살인사건에서 조직폭력배들은 상대방의 하체 부분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으나 모두 살인 또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부위는 피했지만 상대방이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근 것이 검찰의 근거였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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