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산천동 리버힐삼성 임대아파트의 이아무개(39)씨 집 작은방 천장에 22일 결로 현상 때문에 생긴 곰팡이가 심하게 퍼져 있다. 양선아 기자
겨울마다 ‘곰팡이벽’ 고통
업체서는 “난방탓” 회피
일반분양분엔 문제없어
서울 용산구 산천동 리버힐삼성 임대아파트에 사는 세입자 이아무개(39)씨는 요즘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산다. 아파트 벽에 곰팡이 균이 번지면서 심한 악취가 나기 때문이다. 건물 안과 밖의 온도 차이로 출입문과 창문 주변에 물방이 맺히면서 생기는 결로 현상이 원인이다. 이씨 가족은 지난 2001년 입주 이후 매해 겨울 곰팡이 때문에 벽지를 뜯고 바닥 장판을 갈아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이씨는 “벽에 물기가 많아 작은 방 전화선은 아예 쓰지도 못하고, 집에 곰팡이가 생기면서 9살짜리 딸 아이의 아토피가 심해졌다”며 “그동안 세번이나 하자 보수를 받았는데, 땜질식 처방인지 문제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세입자 중 이씨처럼 결로 현상으로 고통받는 가구 수가 50여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에스에치공사(옛 도시개발공사)가 사업주체이며, 시공은 삼성건설이 맡아서 지은 이 아파트는 전체 14개 동(총 1465가구)으로, 이 가운데 12개 동은 일반분양 아파트(1102가구)이고 2개 동은 임대 아파트(363가구)다. 임대아파트 세입자들을 더 서럽게 만드는 것은 같은 날 입주한 일반아파트에는 결로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은 “일반아파트에는 결로 현상 때문에 하자 보수를 신청한 가구가 한 가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시공사인 삼성건설과 임대사업자인 에스에치공사의 태도다. 세입자들이 문제를 호소하면 “실내 온도를 너무 높게 해놓고 생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로 현상이 심한 근본적인 원인은 흡수성이나 방습 기능이 떨어지는 내장재로 시공했거나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마감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에스에이치공사 관계자는 <한겨레>가 취재에 나서자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 출입문에는 찬 기운이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중간 매개체를 설치하고, 작은 방의 경우는 단열재를 좀 더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공동주택의 경우 각 가구마다 단열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벽에만 단열을 하는 게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지금보다 보온재를 더 많이 집어넣어야 하는데, 그러면 공사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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