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앞에서 열린 ‘8·15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소낙비를 맞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통일연대’ ‘북파공작원 동지회’ 등 5천여명 집회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는 광복절의 외침엔 ‘6·15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부터 ‘북파공작원 특수임무 청년동지회’에 이르기까지 하나였다.
광복 61돌을 맞은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와 마로니에 공원 등지에서 열린 집회에서 5000여명의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난했다. 낮 1시께 통일연대 회원들이 중학동 일본대사관 100여m 앞인 국세청 건물 근처에 모인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 협의회’ 등 130여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4000여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오후 2시께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졌지만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는 격했다.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는 “지금까지는 고이즈미 총리가 가증스런 신사참배를 해도 8·15는 피했는데 오늘 뻔뻔하게 참배한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동북아 전체 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이는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 선언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좌와 우를 나누지 않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순(33·여)씨는 “일본이 자꾸만 과거 잘못을 깨우치지 않고 악행을 계속하고 있는데, 나쁜 놈들이다”라고 격앙된 말을 쏟아냈다.
‘북파공작원 특수임무 청년동지회’ 회원 5~6명은 이날 오후 일본대사관 근처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본뜬 인형을 몽둥이로 때리고 불로 태우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오복섭 회장은 “일본 총리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있다”며 “일본 지도자들은 어린애 같은 정신 자세를 당장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의견도 많았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다음주 출범 예정인 동북아역사재단을 통해 정부와 시민단체가 독도, 야스쿠니,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연합인 ‘라이트코리아’ 회원 1000여명은 오후 2시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따로 집회를 열었으나 “안보·경제·교육 등 모든 문제를 파탄낸 노무현 정권을 규탄한다” 등 정치적 주장에 집중했다. 한편, 이 집회에 참가했던 10여명이 근처 관광안내소 유리창에 자신들의 유인물을 붙이려다 이를 제지하는 직원에게 “너, 빨갱이지?”라며 집단적으로 몰매를 퍼붓는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전진식 기자, 오수재 장유영 인턴기자 seek16@hani.co.kr
‘북파공작원 특수임무 청년동지회’ 회원들이 광복절인 15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며 고이즈미 총리 인형을 몽둥이로 내리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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