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3급인 광민이(가운데)가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난치병 어린이 돕기 세브란스 국민건강 마라톤’ 5㎞ 코스에서 아버지 김창수씨, 누나 재은양, 형 재훈군, 어머니 박미선씨(왼쪽부터)와 함께 뛰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지체장애 6살 광민이의 ‘희망 달리기’
생후 20개월께 장애 진단 보톡스·근육수술로 좋아져 내친김에 달리기 도전
5km 1시간 9분 완주 뿌듯
생후 20개월께 장애 진단 보톡스·근육수술로 좋아져 내친김에 달리기 도전
5km 1시간 9분 완주 뿌듯
키 120㎝에 몸무게 19㎏의 작은 몸집이지만 참가번호 5926번 광민(6)이는 5㎞를 줄곧 웃으며 달렸다. 뒤따르던 아빠(김창수·41·충북 충주시)와 엄마, 누나(재은·11), 형(재훈·10)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활짝 피었다.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연세의료원 주최로 열린 ‘난치병 어린이 돕기 세브란스 국민건강 마라톤’ 참가자 8천여명 가운데 주인공은 단연 이들 가족이었다.
지체장애 3급인 광민이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5㎞ 코스를 완주했다. 월드컵경기장 주차장을 출발해 근처 하늘공원을 한바퀴 돌아오는 데 1시간9분이 걸렸다. 지난해엔 김씨 부부의 손을 잡고도 힘들어했던 광민이. 20여분 빨라진 기록만큼 광민이는 ‘건강’해지고 있다.
광민이는 임신 32주 만에 태어난 ‘팔삭둥이’로 몸무게가 신생아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49㎏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김씨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병원 쪽 진단을 믿었다. 장애는 ‘도둑’처럼 찾아왔다. 태어난 지 스무달째인 2001년 11월, 다른 아이들보다 1년 가까이 걸음마가 늦었던 아이가 발걸음을 뗐지만, 김씨는 오히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광민이가 까치발로 위태롭게 걷더군요. 곧바로 찾은 병원에서 지체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말았죠.”
그제야 김씨는 광민이가 또래들처럼 옹알이나 뒤집기를 전혀 못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종아리 근육과 발목 인대가 굳어 제대로 걸음을 못 걷는 아이는 언어장애까지 있었던 것이다.
광민이에게 ‘온전한 발과 말’을 찾아주기 위해 임대아파트 보증금과 적금·보험금까지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써가며 김씨 부부는 서울과 성남의 병원 3곳에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보통 한달씩 하게 되는 입원치료 기간에는 객지살이도 무릅썼다. 그러던 2002년 말, 서울 신촌 세브란스 재활병원과 보톡스 생산업체인 한국엘러간 강태영 사장의 도움으로 광민이는 ‘보톡스’ 치료를 받게 됐다. 점점 굳고 오그라드는 근육과 인대를 이완시켜 주는 데 두차례의 보톡스 시술은 큰 도움을 줬다. 근육이 풀리면서 까치발이 땅에 닿았던 것이다. 김씨는 그날의 경험을 두고 “정말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2004년 근육수술을 받으면서 상태는 더 좋아졌다. 병원 쪽의 권유로 내친김에 달리기 도전에 나선 게 지난해. 대회를 앞두고 달포 동안 아버지와 아들은 아침마다 집 근처 저수지를 뛰는 ‘체력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로 아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5㎞ 완주를 해냈다.
“꼭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축구광인 아버지를 닮아 광민이는 ‘박지성·이영표’를 꿈꾼다. 김씨는 “완치되려면 앞으로 4~5년 이상이 필요하지만, 광민이가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걸 다른 장애아와 부모들에게 보여줘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지금은 특수유치원에 보내지만 내년엔 다른 아이들처럼 ‘보통’ 초등학교에 꼭 입학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전엔 장애였던 까치발, 이제 광민이는 부러 까치발을 세워 얼른 키가 크길 바라며 오늘도 누나·형과 함께 달린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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