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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극우 작전명, ‘한승조 노병을 구하라’

등록 2005-03-10 15:39수정 2005-03-10 15:39

한승조씨의 친일망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나선 지만원씨. 김미영 기자
한승조씨의 친일망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나선 지만원씨. 김미영 기자
지만원·임광규·조갑제 그들은 왜 ‘동반자살’을 감행했나

‘한승조 (일병) 구하기!’

극우세력의 ‘한승조 살리기’가 본격화했다. 지난 4일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가 일본의 우익잡지 <정론>에 “일본의 식민 지배는 축복”, “한국의 친일규명법은 좌파 장기집권 목적”, “위안부 배상요구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글을 기고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극우세력의 ’한승조 구출' 움직임이 조직화하고 있는 낌새다.

극우진영의 움직임은 크게 ‘일본의 식민지배 정당화’, ‘과거사 규명과 친일청산 반대’, ‘(한교수) 비난세력 좌익·용공으로 몰기’로 모아진다. 우익 논객을 자처하는 군사평론가 지만원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만원, ‘한승조 구하기’ 위한 “총알받이 선봉” 자처


지만원씨는 지난 5일 자신의 홈페이지(systemclub.co.kr)에 ‘한승조 교수에 돌 던지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 교수가 사용한 용어와 표현에 부분적인 부적절성이 있을지 몰라도, 그 일부의 용어를 트집잡는 건 깨인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며 “개인이나 국가는 자극이 없을 때 나태해지고 망하게 되며 일본의 선진화된 과학 기술과 절제된 정신은 잠자던 조선인들에게 커다란 자극이 됐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한씨 옹호를 위한 돌격대로 나섰다.

이후 지씨는 한씨를 대신에 ‘총알받이’ 역할로 나섰다. 한씨 기고와 지씨 발언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자 지씨는 이튿날인 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반미·반일의 영혼을 가진 좌익들에 드림’이라는 글을 올려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펄벅의 <대지>에서 보는 (붉은) 메뚜기 떼와 같다고 ‘빨갱이’로 매도한 뒤 “문호를 개방해 과학을 수입하고 실용주의철학을 익힌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존심만 내세운 채 문을 닫고 우물 안에서 관념주의 말싸움에 밤과 낮을 지샜다. 못나서 당해놓고 우리는 잘났던 일본을 지금까지도 원망하고 증오한다”며 친일과 반대세력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지씨는 더 나아가 8일에도 홈페이지에 ‘한승조 교수님과 그 가족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한승조 교수는 대한민국의 한 지식인이, 메뚜기떼 같은 언론들에 의해 비문명적인 방법으로 비참하게 학살당한 하나의 생생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75년의 시간을 명예롭게 가꾸어 온 한 지식인의 상징인 한승조 교수는 그런 기회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죽음보다 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라고 논평, 비난의 화살을 언론에게 돌렸다.

그는 “설사 한 교수가 용서받을 수 없는 파렴치한 죄를 저질렀다 해도 언론들이 하이에나 떼처럼 나서서 이렇듯 물어뜯을 수는 없다고 본다”며 언론을 ‘국민들에게 썩은 고기 물어주는 새’에 비유한 뒤 “언론이 정말로 책임 있는 존재라고 자부한다면 이제라도 노교수에게 찾아가 잘못을 빌고 다소간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지만원 돌격’ 신호로 임광규변호사, 조갑제 월간조선대표 ’지원’

▲ 일본 우익 <산케이신문>의 월간지 <정론> 4월호에 실린 한승조 명예교수의 기고문. 연합
‘노병 한승조 구하기’ 작전에 지만원만 투입된 것은 아니다.

임광규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변호사)는 6일 자유시민연대 비대위가 ‘한승조 교수 파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고 발표한 성명에서 “한승조 대표 사퇴와 회원 제명”을 요구한 데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며, 한승조씨와 지만원씨를 적극 옹호했다.

임 대표는 “민족감정에 위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위험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자유경제발전을 모욕하는 논리도 아니”라고 반박한 뒤 “지만원씨 발언과 관련서도 색다른 견해를 개진했다고 해서 덮어놓고 배척하는 사회는 발전하지 못한다”는 말로 지씨를 두둔했다.

8일에는 ‘우익의 정신적 지주’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도 구원군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 ‘친일보다 더 나쁜 건 친북’이라는 글을 올려 “親北(親金正日 정권을 뜻함)이 親日보다 더 악질적인 이유” 10가지를 꼽았다. 그는 친일보다 친북이 더 나쁜 이유로 “親北은 자발적인 데 비해 親日은 거의가 강압에 의한 것이든지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친북 활동은 북한정권의 실패와 죄악상이 백일하에 드러나 있는데도 자행되고 있다”, “일제시대의 親日은 민족에 대한 반역이었지만 국가에 대한 반역은 아니었으나 親北은 민족과 국가에 대한 동시 반역이다” 등을 들었다.

<독립신문>, “일부 인터넷매체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했다”

여기에 인터넷 우익언론도 가세했다. <인터넷 독립신문>은 한승조 교수 망언과 관련해 일부 인터넷매체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했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이 매체는 8일 오후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의 ‘일본 식민지배 정당화’ 기고문 파문을 계기로 자유우익 성향 언론이나 인사들을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독립신문>은 그 근거로,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가 8일 오전 ‘親日보다 더 나쁜건 親北’이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자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과 <프로메테우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1시간 간격으로 각각 <조갑제, “친일보다 더 나쁜 것은 친북” ‘7가지 이유’ 들어 친일 적극 옹호, ‘국내외 친일 커넥션’ 실체 드러내>, <조갑제, ‘한승조-지만원 일병 구하기’ “친일보다 더 나쁜 것은 친북”…친일논리 합리화>를 톱기사로 게재하며 조갑제-지만원-한승조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애썼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같이 활동해온 한승조 자유시민연대 전 공동대표, 군사평론가 지만원 등이 ‘친일망언’으로 곤욕을 치루는 가운데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가 마침내 “친일보다 더 나쁜 건 친북”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이들을 간접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조 대표까지 마침내 ‘친일대열’에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양상이다.” <프레시안>

“월간조선 조갑제 대표가 ‘친일 망언’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한승조 자유시민연대 전 공동대표와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를 옹호하는 논리를 펼치며 ‘한승조-지만원 일병 구하기’에 나섰다.” <프로메테우스>

극우파들의 ’한승조와 집단자살’ 강행이유는?

▲ 지난해 위안부 피해 여성을 미군 기지촌 성매매와 관련지어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던 이영훈 서울대 교수. 김미영 기자
우익 인사들의 ‘친일 선언’은 사실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해 방송 토론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미군 기지촌의 매매춘과 연결해 발언한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나 친일의 불가피성과 일제 침략의 필연성을 내세운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의 저자 복거일(소설가) 등의 사례에서도 확인한 사실이다.

지난해 9월 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 한승조씨 등과 함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선언문’ 발표를 주도한 김재순 전 국회의장(노태우 정권시절)이 1993년 2월16일 일본의 극우신문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친일은 매국노였으나, 현재의 친일은 애국자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인사의 ’시대착오적’ 발언에 대해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식민체제와 그 연장선에 있는 분단체제를 거치며 기득권을 계속 쥐어온 세력들이 냉전체제가 느슨해지면서 느끼는 위기의식을 드러내거나 조직화하려는 과정에서 친일 문제가 나왔고, 색깔론이 나왔을 뿐”이라고 해석한다.

한승조씨의 발언은 ’돌출적 망언’이 아니고, 군사정권 이래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우익 세력의 ‘자연스런 생존본능’임을 증명해주는 전형적 사례일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한승조씨를 향해 쏟아지는 돌무더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승조 일병을 사수하라’며 지만원, 임광규, 조갑제, <인터넷독립신문> 등이 구출작전에 나선 것이 이해된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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