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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87년항쟁 신호탄 된 박종철, 떠난 지 어느덧 20년

등록 2007-01-11 19:56수정 2007-01-11 23:18

6월민주항쟁20년사업추진위원회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11일 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내용을 담은 신문 호외 형태의 전단 5만장을 명동성당 앞과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거리에 배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서울=연합뉴스)
6월민주항쟁20년사업추진위원회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11일 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내용을 담은 신문 호외 형태의 전단 5만장을 명동성당 앞과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거리에 배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서울=연합뉴스)
13일 모교 혜광고서 추모제…유족·동문등 100여명 참여
“이제 저도 어느덧 스물두살의 청년이 되었습니다. 못난 자식 지금까지 키우시느라고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그 수고가 헛된 수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986년 6월24일. 막내 올림.”

22살 청년은 부모에게 이 편지를 올린 다음해 1월14일 서울 남영동의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온 국민에게 ‘박종철’이란 이름 석자를 남기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고 박종철씨 20주기 추모제가 13일 오후 4시30분, 모교인 부산 중구 보수동 혜광고에서 열린다. 아버지 박정기(79)씨 등 유족과 동문, 박씨 친구,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100여명이 참석한다. 참석자들은 추모제에 앞서 박씨의 동기생들이 2003년 본관 앞에 세운 추모비에 헌화할 예정이다.

박씨 죽음은 1987년 ‘6월 항쟁’의 신호탄이 돼 한국 사회 민주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생전의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투사’가 아닌 ‘평범한 모범생’으로 기억하고 있다.

고교 2, 3학년 때 잇따라 담임교사를 맡았던 경봉수(66)씨는 “성적이 우수해 부반장을 시키려 했는데 본인이 앞에 나서기를 꺼려 거절할 만큼 얌전한 학생이었다”며 “고교 시절만 생각한다면 데모하는 종철이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다”고 기억했다. 고교 때부터 재수 시절을 거쳐 대학 시절까지 함께 생활한 친구 김치하(43)씨도 “고3 때 토요일마다 종철이 집에 친구들과 몰려가 종철이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을 먹으며 공부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기타 치는 게 유일한 취미였을 뿐, 오로지 공부만 하는 친구였고, 평생 공부하기를 원했던 학자풍이었다”고 말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14일 박씨의 가묘가 있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 마련된 경찰청인권보호센터에서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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